[매일일보=서태석 기자]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등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민주당 이광재 의원이 9일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의원직 사직서를 제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홍승면) 심리로 지난 8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이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죄는 무겁다"며 이광재 의원에게 징역 2년 및 추징금 2억283만원이 구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의 변호인은 "검찰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핵심 참모진을 대상으로 압수수색·계좌추적 등을 했고, 혐의사실을 유포해 언론을 이용을 했다"며 "이는 수사방법과 기소의 상당성, 객관성, 형평성을 잃은 경우에 해당돼 공소제기 절차 상 무효"라고 항변했다. 또 "박연차, 정승영, 정대근 등 이 사건 주요 증인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범죄의 증명이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따라 이 의원은 무죄"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하지만 최후진술에서 "약속한 대로 국회의원직을 사직하고 봉화마을에 자원봉사자로 갈 것"이라며 "국회의원에 대한 미련도 있지만, 노 전 대통령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마음을 안고 살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2004∼2008년 수차례에 걸쳐 박 전 회장으로부터 미화(달러)를 포함해 1억8000만원을, 정대근 전 농협회장에게서 4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올 4월 구속 기소된 뒤 지난 달 10일 수감 5개월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광재 의원이 이처럼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국회법상 국회의원의 사직은 회기 중에는 본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돼 있는 까닭에 처리 여부는 미지수다.

이 의원은 지난 3월에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기 직전 의원직 사퇴의 뜻을 밝혔으나, 당 지도부의 만류로 무산된 바 있다.

한편 이 의원 등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23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417호에서 열린다.

서태석 기자 [email protected]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