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비자물가·FOMC 등 대형 이벤트에 변동성 확대
"환율 상단 1450원 열어둬야"...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연휴를 보내며 국내 증시가 숨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추석 이후에도 주식시장 여건이 만만치 않을거란 전망이 나온다.
연일 높아지는 환율에 투자자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들이 이탈할 조짐을 보이면서 조정세에 접어든 국내 증시가 바닥 없이 내려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특히 이달 말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등 굵직한 이벤트가 줄줄이 예고돼 있어서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8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7.82p(0.33%) 하락한 2384.28로 마감했다. 코스피 지수는 이달 들어 3.55%(2472.05→2384.28) 내리며 베어마켓 랠리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국내 물가와 환율, 증시 등을 둘러싼 우려가 확대되는 가운데, 추석 연휴 이후 시장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관심이 집중된다. 국내 시장은 달러값과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에 크게 휘둘리는 만큼, 여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주요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난주에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초강력 매파 발언으로 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에 달러가치가 오르며 원·달러 환율은 1350원과 1360원, 1370원, 1380원을 차례로 돌파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지난주 코스피도 전주 대비 25.13포인트(1.04%) 떨어진 2384.28에 마감했다.
특히 강달러 흐름에 대한 투자자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 기조를 보이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국내 증시에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다.
김준영 흥국증권 연구원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시장의 예상대로 4.0%까지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며 “물가에 대한 우려는 다소 완화했지만, 연준은 여전히 매파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강한 고용과 양호한 소비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경제 상황이 달러 절상 요인”이라며 “연말까지 원·달러 환율 상단도 1450원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시장의 관심은 이달 예정된 대형 이벤트들에도 쏠려있다. 국내 증시도 대외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움직일 전망이다.
우선 오는 20~21일(현지시간) 열릴 미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13일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된다. 앞서 6월에는 미국 CPI가 9.1%까지 치솟으면서 1981년 이후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7월에는 국제유가가 다소 안정되며 8.5%로 소폭 둔화했다.
만약 8월 CPI가 뚜렷하게 둔화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Fed의 금리인상 속도 역시 다소 주춤할 수 있다. 블룸버그 컨센서스에 따르면 8월 CPI는 전년 대비 8.1%로 7월(8.5%)에 비해 내려갈 것으로 예상됐다. 이 경우 달러 선호 심리가 안정되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이 제한되고 증시에서도 위험선호 심리가 개선되며 반등이 시작될 수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잭슨홀 미팅 이후 한국 등 주요국 증시는 주가 복원력이 취약해진 상태”라며 “이달 예정된 각국 중앙은행들의 통화 정책회의, 주요국들의 인플레이션 지표 등 매크로 민감도가 여전히 높아 시장 심리 호전을 제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준의 긴축 강화 강도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면서 국내 증시의 반등 동력이 제한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8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카토 연구소 주최로 열린 통화 정책 컨퍼런스에서 “우리가 하는 일을 단도직입적으로 강력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나와 우리의 생각”이라며 “우리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이를 지속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는 또 “연준은 물가를 안정시킬 책임이 있으며 우리는 이를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통화 긴축 강도가 높아지고 주당순이익(EPS) 추정치 하향 조정의 여지가 남아있어 코스피의 상단은 제한될 수 있다”며 “대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수출이 견조한 기업은 개별주 장세에 주도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