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지난해 역대최대 실적잔치를 벌였던 저축은행이 영업 환경에 신음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시중은행과 수신 경쟁에서 밀리는 처지에 놓인데다 설상가상으로 취약계층 지원에 대한 정부 정책까지 겹쳐 수익성에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급기야 국내 저축은행의 상반기 순이익도 9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했다.
1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저축은행 영업실적 잠정치 자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899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조100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최대치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15.1%(1601억원) 감소한 수치다. 저축은행의 상반기 순익이 전년 동기보다 줄어든 것은 지난 2013년 이후 9년 만이다.
대출 증가로 이자손익이 17.1%(4810억원) 늘었지만, 대손충당금전입액이 60.9%(4910억원) 증가하는 등 비용이 더 크게 증가하며 순이익이 감소했다.
OK·웰컴·한국투자·페퍼·SBI 등 5개 대형사로 좁혀봐도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17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3% 쪼그라들었다. 한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는 계속 올라가고 그에 따라 마진율이 계속 내려갈 거라서 향후 몇 년간의 영업이익률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저축은행들은 당장 하반기 실적도 걱정거리다. 최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어서다. 가뜩이나 대출 총량 규제로 업황이 악화된 가운데, 수신금리를 일제히 올리고 있는 시중은행과의 경쟁이 심화되자 고객 이탈까지 발생하는 상황에 놓였다.
고금리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했던 저축은행 상품이 시중은행과 별반 다를 게 없어지자 저축은행업계가 고심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점도 저축은행업계 수익성에 악영향으로 작용한다.
최근 금융당국이 도입하기로 한 새출발기금도 저축은행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새출발기금은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채무 조정을 해주는 제도다. 정부가 30조원 규모의 재원을 투입해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부실 채권을 매입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새출발기금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큰 손실을 입은 개인사업자·소상공인 중 3개월 이상 장기연체가 발생한 부실 차주에 대해 0~90%의 원금을 감면해준다. 금융 당국은 부실 우려 차주에 대해선 장기 분할상환 지원, 고금리 부채의 금리 조정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부실 차주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개인사업자와 법인소상공인 가운데 신용채무, 담보와 보증채무를 연체한 경우 등이다. 저축은행들은 원금 감면과 금리 인하 등의 조치가 시행되면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금융위가 부실 우려 차주로 예상하는 이들은 저축은행들에는 ‘정상 고객’일 가능성이 크다. 통상 시중은행 등 제1금융권을 이용하기 어려운 중저신용자나 다중 채무자 등이 대출을 위해 저축은행 문을 두드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이들이 부실 우려 차주로 포함되고 금융 당국이 원금 감면, 금리 조정을 요구하면 저축은행들은 수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1금융권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예대금리차 비교공시가 저축은행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는 점도 골칫거리다.
예대금리차 비교공시란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를 비교해 공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은행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 ‘이자 장사’를 막겠다는 이유로 금융 당국이 도입했다. 현재 이는 1금융권인 시중은행에만 적용되고 있지만, 추후 저축은행 업권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1금융권, 대형 은행들에 비해 자산 규모가 작고 고객층이 얇은 중소형 저축은행들은 수익을 남기기 위해 예금과 대출 이자 차이를 크게 둔 곳이 상대적으로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 저축은행의 경우 총 자산이 10조원을 넘어가기도 하지만, 중소형 저축은행은 1000억원대에 머문 곳들이 많다”며 “대형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예대금리차를 줄이면 여러 곳이 경영난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