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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6월27일. 미국이 대만해협에 미 해군 제7함대를 급파했다. 중국이 한국전쟁의 혼란을 기회삼아 대만 점령에 나설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7함대 파견은 반대로 장제스의 중국 본토 공격도 억제하기 위한 이중포석이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한반도를 포함해 중국과 대만까지 충돌할 경우 사실상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수 있다고 당시 미국은 판단했다.
이후 중국은 1954년부터 3차에 걸쳐 대륙과 인접한 진먼섬을 공격했다. 그리고 대만은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다.
시간이 흘러 2022년. 중국의 대만 침공설이 수면위로 다시 떠오르는 모양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개막한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사실상 3연임을 공식화하면서 "대만 통일은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식 현대화를 통한 중화민족 부층'을 새 목표로 제시했는데, 2049년까지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위해 앞으로 5년이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특히 대만 통일은 시 주석이 영구집권으로 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가만히 있을리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방어하겠다"고 밝혔다. 양안 충돌이 미중 충돌로 확전될 수 있다는 말이다.
앞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화 국면에 들어섰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핵무기 사용까지 언급하며 서방을 위협하고 있다. 서방도 경제재제는 물론 대응 군사 훈련으로 맞서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거세지면서 러시아가 주춤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오히려 핵전쟁의 위기감만 고조시킨다는 아이러니한 전망까지 나온다. 전황이 불리한 러시아가 핵 단추를 누를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도 말썽이다. 최근 수 십 발의 미사일을 쏘는 등 도발의 수위를 갈수록 높여가고 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술핵 훈련을 진두지휘했다. 한반도 핵전쟁 위기감이 어느 때 보다 높다는 마이크 멀린 전 미 합참의장의 발언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보조를 맞추듯 정치권에서도 전술핵 재배치가 논란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우크라이나를 반면교사로 삼아 북핵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우크라이나가 핵전력으로는 세계 3위였는데 미국과 영국을 믿고 핵전력을 포기하면서 핵위협을 당하는 입장이 됐다"고 말했다. 즉 핵전력을 포기해서 핵 위협을 당하니, 우리라도 핵전력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한국이 핵을 스스로 가질 수 있나. 어렵다. 또 1950년 중국과 대만의 충돌을 막은 미국의 태도가 지금은 바뀌었을까. 아니다. 비록 미국이 동맹국 지원에 나선다 해도 전방위로 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예컨대 미 해군은 2함대에서부터 7함대까지 6개 함대를 운용 중이다. 7함대의 전력은 왠만한 국가의 전체 국방력과 맞먹는다. 7함대가 관할하는 구역은 아시아 태평양 연안이다. 물론 중동에 5함대가 있지만 7함대 전력이 아무리 막강하더라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국과 대만, 그리고 한국과 북한을 모두 감당하기에는 무리다.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는 미국 입장에서 결코 허용할 수 없다. 핵의 비확산 기조를 천명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곳곳에서 핵을 보유하는 국가가 나오는 것을 반길 리 없다.
그럼에도 집권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은 매일 핵무장론을 꺼내들고 있다. 도대체 왜 그런지 진심으로 묻고 싶다. 핵무장론을 자꾸만 언급하며 정치력을 소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정 위원장에게 진심으로 이야기하고 싶다. "제발 공부 좀 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