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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재영 기자]핼러윈데이에 비극적인 참사가 발생했다. 사람이 도미노 식으로 넘어져 압사사고에 처할 위험을 지하철을 타 본 사람들은 경험해봤을 것이다. 사람이 빽빽하게 들어서 공간이 없는 열차 칸에서 급정거를 한다. 균형을 잃은 한 사람이 넘어지면 곁에 있던 사람들도 넘어질 수밖에 없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다. 동시다발적으로 균형이 무너지는데 버티려 해도 불가항력이다. 그런 경험을 해본 사람들은 탑승객이 몰릴 것 같으면 가급적 열차의 구석진 자리나 손에 잡을 것이 있는 공간을 찾는다. 가파른 언덕길에서도 사람이 몰려 누군가 넘어지면 많은 사람이 다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누군가 지자체에 그런 민원을 제기했다면 오지랖 취급을 당했을 법하다.
플랫폼 독과점은 예상 가능한 부작용이지만 다국적 기업을 규제하기는 어렵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망사용료 소송을 진행 중이고 구글 또한 비슷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넷플릭스와 구글이 국내 과도한 전파 트래픽을 유발해도 그에 따른 비용을 책임지진 않는다. 이들 플랫폼에 비용을 청구하기 위해 국회 법제화 시도가 이뤄지면서 사회적 쟁점으로 번지고 있다.
트위치는 국내 송출비용 부담 때문에 국내 송출영상의 품질을 떨어뜨렸다. 이에 대한 인플루언서와 소비자들의 불만은 통신사업자로 향하게 됐다. 구글 역시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으로 통신사업자를 비판하는 인플루언서들이 늘고 있다. 구글이 그러한 여론을 조성하도록 물밑 공세를 펼치고 있는 정황도 확인된다.
이같은 논란은 근본적으로 플랫폼 독점력과 연관성이 있다. 넷플릭스와 구글이 지금같은 독점력이 없었다면 여론전을 펼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안드로이드폰을 점령한 구글이 또다른 플랫폼 서비스 영역에서 어느새 비슷한 영향력을 갖게 됐다.
두가지 경우를 예측해보자. 망사용료를 지불한 구글이 국내 유튜브 방송에 어떤 방식으로든 비용을 전가한다고 치자. 네이버나 카카오 등 경쟁 플랫폼이 구글을 대체하고 점유율을 확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 점을 이용해 구글도 현재 여론전을 펼치고 있으며 그럼에도 법제화 등을 통해 망사용료 지불이 불가피하다면 구글은 이를 명목으로 소비자에 비용을 전가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통신사업자가 앞으로도 망사용료를 받지 못한다면 경쟁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게 된다. 시장 점유율 변화가 일어날 만한 파급력이 이번 이슈에 있다고 가정하면, 트래픽 과부하 속에도 넷플릭스나 유튜브 방송 품질을 유지하는 통신사업자 서비스에 가입자가 쏠릴 수 있다. 국내 통신사업자간 가입자 이동은 활발한 편이기 때문이다. 그 속에 경쟁에서 밀린 사업자는 비용절감을 위한 인력감축이나 부대사업 축소 등을 단행할 수밖에 없다. 경쟁 사업자도 송출비용 부담을 보전하기 위해 비용절감은 피할 수 없다. 만약 경쟁에서 밀린 사업자가 퇴출되면 남은 사업자는 독과점 지위를 얻게 돼 또다른 부작용을 낳는다.
두 가능성 모두 넷플릭스나 구글은 손해가 없다. 국내 소비자만, 혹은 통신사업자만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것은 일종의 독과점 폐해에 해당돼 관계당국의 관리가 필요하지만 글로벌 플랫폼에 손을 쓰면 국제 정세가 꼬인다.
독점을 해소할 방법은 불특정다수가 인식하고 있지만 현실화하기 어렵다. 독점당국이 제재하거나 독점 횡포를 인식하고 소비자가 반대 선택권을 행사하면 된다. 하지만 그게 어려울 때 독점력이 생긴다.
핼러윈데이 참사처럼 우려했던 일을 방치하면 사고는 일어난다. 플랫폼 독과점 부작용도 이미 경험하고 있다. 이태원 가파른 골목길 사고 걱정을 오지랖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면. 플랫폼 독과점 역시 막연한 부작용에 대한 인식을 넘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