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산업계 번지는 중대재해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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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산업계 번지는 중대재해 후폭풍
  • 이용 기자
  • 승인 2022.10.3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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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021년 제조업 사망사고 노동자 1017명
3분기 중 100대 건설사 14곳서 사망자 발생
중소기업, 안전사고에 취약… 노동자 "소규모 업체 관리 집중해야"
 민주노총이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용 기자] SPC 계열사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안전사고 촉발로 기업에 대한 안전 관리감독 책임이 커지자 산업계 전반에 후폭풍이 감지되고 있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됐음에도 산업계는 여전히 안전 관리에 소홀한 실정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법안 시행 이후 8개월간 443건의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했으며, 446명이 사망하고 110명이 부상 당했다고 밝혔다. 법안의 효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대비 사망자 수가 9명 줄어들었을 뿐, 사고는 비슷한 수준으로 일어났다는 이유에서다.

식품업계 사건에 가려져 있을 뿐,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아직도 빈번할 정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3분기 중 100대 건설사 14곳 현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했다. 계룡건설산업, 대우건설, 호반산업 DL이앤씨의 공사 현장에서 각각 2명이 사망했으며, 금호건설, 대우조선해양건설, 디엘건설, 삼환기업, 서희건설, 엘티삼보, 일성건설, 코오롱글로벌, 화성산압, 현대엔지니어링에서는 각 1명이 사망했다.

특히 DL이앤씨에서 4개 분기 연속으로 사망 사고가 발생해, 대형 건설사에 대한 안전 관리·감독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공공 공사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지난해 대비 2명 늘어난 22명으로 집계됐고, 민간공사 현장에서는 노동자 39명이 사망했다.

각종 사고에 대한 국민 비판이 거세지자 당국은 관리 수위를 높였다. 고용노동부는 전국 13만 5000여개 식품 제조 관련 업체를 대상으로 지난 24일부터 6주 간 집중단속에 돌입했다. 국토교통부도 사망 사고가 발생한 대형건설사와 하도급사에 대해 12월까지 특별점검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소규모 업체에 대한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50인 미만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건설업사에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2024년 1월 26일까지 유예돼 있다. 그나마도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빠져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제조업 사망사고 노동자는 총 1017명이다. 이 중 50인 미만 중소규모 제조업 사망사고 노동자 수는 767명으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의 하청 건설사 직원은 “규모가 작은 하청 업체는 보통 현장소장이 안전관리자 역할까지 맡는다. 이들이 모든 근무자를 살펴보기 어려워서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대기업 현장보다 높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서 현장 개선 의지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 같은 기간 SPL 사고 원인이 된 식품 혼합기 등 식품가공용 기계를 사용하는 사업장에서는 6명의 사망자와 299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사고 후유증으로 휴업한 이들 중 183명은 50인 미만 기업 종사자다.

제빵기사로 근무했던 A씨는 회사의 무리한 업무 지시가 근로자의 안전불감증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오래 보관하기 어려운 식품 특성상 단시간 내에 대량의 제품을 생산하는 업무가 발생하는데, 회사 측은 주문자의 무리한 요구도 수용한다. A씨는 “일각에서는 피해자가 빨리 근무를 끝내기 위해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하는데, 회사에서 요구하는 업무량을 맞추려면 수칙을 모두 지키기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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