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탱크·디지털 전환 통해 전장 사업 재편
[매일일보 여이레 기자] 전장 사업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3분기 전장 사업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양 사는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6월 유럽 출장에서 “자동차 산업이 급변하고 있다는 점을 느꼈다”라며 업종 동향에 대해 주시하고 있음을 내비친 바 있다. LG전자 역시 경쟁사들보다 한발 앞서 전장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싱크탱크인 삼성글로벌리서치는 최근 전장사업 관련 팀을 신설하고 연구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전기차를 포함한 완성차와 전장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전장사업을 영위하는 그룹 내 계열사에 경영 컨설팅을 제공할 예정이다.
전장 자회사 하만은 최근 자동차 안에서도 모바일, 집안 사물인터넷이 연결되는 미래형 모빌리티 솔루션을 공개했다. 지난 8월 삼성은 전기차 경주대회 ‘서울 E-프리’에서 하만의 첨단보조주행장치(ADAS), 이미지센서 등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를 전시하기도 했다.
삼성전기는 카메라모듈 시장에서도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자동차에 장착되는 카메라모듈은 도로 신호, 표지판, 장애물 등을 촬영해 전기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프로세서로 보내는 핵심 부품이다. 삼성전기는 지난 6월 테슬라에 카메라모듈을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기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생산량도 내년 25%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전장용 MLCC는 모바일용 제품보다 물량이 최대 10배 수준으로 많이 필요하고 가격도 50% 이상 비싸 수익성이 높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안쪽으로 두 번 접을 수 있는 ‘플렉스 G’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차량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차량의 인포테인먼트(인포메이션+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를 담당하는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 역시 성장세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는 2020년 560억원에서 2025년 68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 전망된다.
삼성SDI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로 배터리 판매가 증가해 올 3분기 창사 이래 처음 매출 5조원, 영업이익 5000억원을 돌파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올해 1월 CES 2022에서 첫 공개한 배터리 브랜드 ‘프라이맥스’ 홍보와 함께 키오스크와 터치스크린 등을 활용해 배터리 성능과 품질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LG전자는 2015년부터 현재까지 4조5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전장에 투자하며 시장 확대를 위한 적자지출도 감수했다. 그러다 올해 26분기 만에 흑자 전환하며 사업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LG전자가 2018년 인수한 ZKW는 BMW, 벤츠, 아우디, 포르쉐 등 프리미엄 완성차 기업들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ZKW 멕시코 공장에서는 BMW와 GM,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닛산 등 완성차 기업에 공급되는 프리미엄 헤드라이트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이하 LG마그나)은 멕시코에 전기차 부품 생산 공장을 설립하고 북미 시장 공략에 나섰다. GM의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할 구동모터·인버터 등 핵심부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라모즈 아리즈페에는 GM 등 완성차 업체를 비롯, 다양한 부품사 공장이 밀집해 있어 LG마그나의 고객사 확보 전초기치가 될 전망이다.
차량용 OLED 전 세계 시장 점유율 91.3%를 기록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자유롭게 늘리고, 접고, 비틀 수 있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개발에 성공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20년 ‘전장 및 스마트기기용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개발 국책과제’ 주관기업에 선정되어 국내 20개 산학연 기관과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얇고 가벼울 뿐만 아니라 피부나 의류, 가구 등 불규칙한 굴곡면에도 접착할 수 있어 향후 웨어러블, 모빌리티, 스마트 기기, 게이밍, 패션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폭 넓게 적용될 전망이다.
이어 LG전자는 디지털 전환(DX)을 자동차 부품 개발과정에 도입해 제품 품질을 향상시키고 전장 사업 성장을 가속화한다. LG전자는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시뮬레이션 전문 기업 ‘알테어’와 함께 자동차 부품 성능을 데이터 기반으로 검증하는 AI 플랫폼을 구축했다.
은석현 LG전자 VS사업본부장 전무는 “R&D 역량을 강화하고 제한된 리소스 관리를 최적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라며 “이번 AI 검증 플랫폼 개발은 무엇보다 신뢰성이 중요한 자동차 부품 사업에서 큰 의미를 가지는 디지털 전환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