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김진표에 "각 당에 국조특위 명단 제출 요청해달라"
[매일일보 김연지 기자] 국민의힘은 한 온라인 매체가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의 명단을 공개한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배후설을 언급하며 날을 세웠다. 민주당이 이태원 참사 정부 책임론을 내세우며 수세에 몰렸던 여당이 희생자 명단 공개 파문을 계기로 역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민주당은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인터넷 매체 민들레의 정체가 무엇이고 이들이 희생자들을 이용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 엄정하게 법적, 도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쓴 '시민언론 빙자한 비열한 선동, 엄정 처벌해야' 제목의 글에서 "'시민 언론'을 자처하는 신생 인터넷 매체 '민들레'가 지난 13일 밤 10시쯤 이태원 참사로 숨진 희생자 158명 중 155명의 이름이 적힌 기사와 포스터를 유가족 동의 없이 인터넷에 무단 공개했다가, 유족들이 반발하고 국민적 공분이 일자, 명단 공개 하루만에 일부 희생자 이름을 '김○○', '안○○'으로 반익명처리하고 다시 반나절만에 포스터를 삭제했다"며 이같이 적었다.
정 위원장은 "문제의 매체는 언론을 자처했으나 언론의 책임감은 조금도 보여주지 않았다"면서 "이 매체는 유튜브 채널 '더탐사'와 협업을 거쳤다면서 '이름 공개를 원치 않는 유족께서는 이메일로 연락을 주시면 반영토록 하겠다'고 했다. 유족의 뜻을 확인하고 공개하는 기본중의 기본도 지키지 않고, '일단 공개할테니 원치 않으면 사후에 연락하라'는 태도를 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이전 대형 참사에서 사망자 명단이 공개돼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면서 "세월호 참사의 경우 희생자의 신원 확인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고 유가족들도 동의했으며 취재진들 사이에서도 꼭 필요한 범위 이상으로 희생자들의 이름과 신원이 퍼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암묵적인 합의가 이뤄지고 지켜졌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이태원 희생자 명단 공개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극심한 고통 속에 있는 분들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언론과 정치의 탈을 쓴 가장 비열하고 반인권적인 폭력"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공개한 준비위원 명단에는 김민웅 촛불행동 대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등이, 칼럼진으로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모두 정치적 편향성을 강하게 보여온 인물들"이라고 강조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외교부에 따르면 외국인 사망자 26명 가운데 25명의 유가족이 이름 공개를 원치 않는 상황이라고 한다. 일부 친민주당 매체의 패륜적 망발이 언론 재난보도준칙 위반 및 불법 소지를 넘어 글로벌 인권침해로까지 이어진 것"이라며 "그야말로 국가 망신, 외교 참사"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시민단체 고발로 수사가 시작됐고, 희생자 명단의 유출 경로부터 샅샅이 따져봐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진정한 애도를 위해 명단 공개가 필요하다'고 외쳐왔던 민주당 인사들과의 연결고리가 밝혀진다면 대국민 석고대죄로도 모자라다"고 했다.
양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두 번 울리는 걸로도 모자라 외교 참사로까지 이어진 망국적 선동을 엄벌하고, 다시는 재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나아가 재난에 대한 정치의 궁극적 책임은 시스템 개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후속 대책 마련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을 향해 "교섭단체 대표들에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명단 제출을 공식 요청해달라"고 했다. 이어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위원 명단을 미리 준비해서 의장의 요청이 접수되는 즉시 제출하겠다"며 "국민의힘도 이제라도 진실을 규명하는 국정조사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