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서 한 총리 제안으로 공급망 안전성 및 탄력성 강화 노력 문안 정상선언 추가
정상급 긴급 기자회견서 '北 도발 공동 규탄 촉구' 이끌어내기도
[매일일보 조민교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APEC 차원의 공급망 안전성 및 탄력성 강화 노력 등 경제안보 이슈를 강조했다. 이에 한국 측 제안으로 정상선언문에 '공급망 연결성 강화'가 추가됐다. 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에 대해 언급하며 각국 정상들의 일치된 대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APEC이 다자플랫폼으로서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한 총리 주도로 증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한 총리는 지난 19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열린 APEC 본회의 2세션에 참석해 '지속가능한 무역·투자 확대를 위한 한국의 전략·비전'을 제시했다.
한 총리는 구체적으로 △WTO 중심의 다자무역체제 강화 및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등 자유무역 확대 △공급망 회복력 강화 등을 제시했다. 그는 "APEC은 WTO 중심의 다자무역체제 강화를 지원해야 하며, 분쟁해결 절차의 조속한 복원과 디지털 규범 협상 진전이 필요하다"면서 "한국은 FTAAP 논의 진전을 위해 개도국의 협상 역량 강화를 계속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FTAAP은 노동, 국영기업 등 이슈를 포함해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과 무역 투자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 사이 대립으로 논의가 정체된 상황인데 이에 도화선이 될 지 주목된다.
한 총리는 또 경제안보 이슈를 강조했다. 특히 공급망과 관련, 정상 선언문에 한국 제안으로 "우리는 개방적이고 안정적이며 회복력 있는 공급망을 조성하고, 공급망의 연결성을 강화하며 훼손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지지한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한 총리는 본회의 2세션 연설에서도 "APEC 회원국들이 공급망 회복력 강화를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고 더 나아가 정책도구들을 개발해야 한다"며 "이런 맥락에서 한국은 APEC의 공급망 검토 사업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APEC은 싱가포르 주도로 '공급망 연계성 프레임워크 행동계획' 3단계 사업을 발족, 병목점을 선정하고 주도국 주도하에 연구사업 등을 진행 중이다. 이밖에 기후 변화 대응, 디지털 전환 등 논의도 부각시켰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은 APEC 창설 주도국으로 APEC 협력이 계속 활성화될 수 있도록 선도해 나갈 예정"이라며 "한국에서 내년 APEC 신의제 발굴 및 활성화 방안 논의를 위한 국제 워크샵을 개최하는 등 2025년 의장국 수임을 준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총리는 정상회의 외에도 각국 정상들과 양자회담을 하는 등 경제안보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특히 한 총리는 지난 18일 미국 주도로 미국·일본·캐나다·호주·뉴질랜드 정상·정상급 인사들과 긴급 기자회견 및 6자 회담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두고 한 총리는 "한반도와 아시아 지역 그리고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북한은 모든 종류의 도발을 즉각 중단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다른 정상들도 이를 규탄하며 일치된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상회의에 참여한 '세계박람회기구(BIE)' 회원국 정상들을 직접 만나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지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한 총리가 뉴질랜드, 페루, 파푸아뉴기니 등과의 양자회담은 물론 여타 회원국 정상과는 정상회의 중간중간 다양한 계기를 활용해 전원을 접촉했다"고 설명했다.
정상회의를 마치고 한 총리는 태국 주요 기업인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태국과 한국 간에는 협력 잠재성이 매우 크다"며 △친환경차 △스마트시티 △재생에너지 △헬스케어 △유통·물류 등 미래·신산업 분야에서도 다양한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또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태국 기업인들의 지지를 당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