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반도체·석유화학·항공업계 실적 개선 기대감↑
고위 기술군 수출 확대하고 소비재·식품 등 새로운 수출 품목군 발굴 과제 남아
[매일일보 여이레 기자] 중국 정부가 ‘제로코로나’ 기조를 ‘위드코로나’로 전환하면서 수출업계의 시름이 덜어질 전망이다. 7조달러 규모(약 9000조원)에 달하는 중국 내수 시장도 다시 열릴 조짐이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그간 강력한 제로코로나 기조를 유지하면서 대중 수출은 지난달까지 6개월째 감소했다.
13일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주 10가지 방역 완화 조치를 발표하고 그동안 중국 방역 정책의 핵심이었던 △격리 △봉쇄 △핵산 검사를 대부분 철폐 및 간소화했다. 또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증명 의무 철회에 이어 ‘방역 통행증’ 제도도 폐지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지난달 24일 신장의 우루무치 아파트 화재를 계기로 중국 전역에서 촉발된 ‘백지시위’와 장쩌민 전 주석 사망이 맞물리면서 오랜 봉쇄에 지친 중국 민심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봉쇄 완화로 생산과 공급망이 정상화하고 경기 회복기 펜트업 수요가 맞물리면서 한국 기업들이 반사 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세계 경제 회복은 중국이 제로코로나 정책을 중단하는 시점에 달렸다고 분석한 바 있다.
지난달 반도체 대중국 수출액은 27억7000만달러(약 3조9453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6.1% 줄었으나 중국의 위드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전방 소비재 수요 회복 등으로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메모리 반도체를 포함한 반도체 수출 회복이 기대된다.
이어 중국 내수시장이 살아나면 지난해 내수용 비중이 높았던 기계(90.6%), 비금속광물(88.8%), 석탄·석유(85.2%), 운송장비(83.5%) 등의 수출이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 중 내수용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봉쇄 완화는 우리나라 수출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특히 봉쇄 여부가 국제유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을 고려하면 대중국 수출 측면에선 석유제품이 가장 먼저 반등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외국인 입국을 완화해 경제를 완전히 재개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이에 중국 해외 입국자 격리도 내년 1월부터 해제할 것으로 관측돼 항공업계의 중국향 매출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중국 경기가 회복하더라도 과거 2008년 금융위기 이전으로 무역수지 흑자 폭을 넓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내수 중심의 성장 강화로 선회하면서 한국산 중저위 기술 품목의 수입 비중을 줄여가고 있다. 이에 기존 중간재 위주의 수출에서 고위 기술군을 더욱 확대하고 소비재, 식품 등 새로운 수출 품목군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혀가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