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유원상 기자] 강원도 정선의 가을 여행 포인트로는 민둥산 억새, 노추산과 가리왕산휴양림의 단풍숲, 함백산의 일출이나 일몰 감상 등을 손꼽을 수 있다. 화암8경, 정암사, 구미정, 정선역 인근의 아라리촌, 증산역에서 정선역을 거쳐 아우라지역까지 왕복 운행하는 정선선, 정선5일장(2ㆍ7일), 아우라지강변, 오장폭포, 고성산성 등도 놓치기 아까운 나들이 대상지이다.
단풍 못지 않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는 억새를 감상하기 위해 남면의 민둥산(1천118.8m)부터 올라가본다. 단풍이 울긋불긋 화려한 색상으로 여행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면 억새는 햇빛에 따라 은빛, 금빛으로 빛깔을 달리하면서 여행객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만든다.
이름에서도 짐작되듯이 민둥산은 능선에 나무가 거의 없으며 ‘억새의 산’ 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능선 곳곳에 억새풀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산행기점인 해발 800m의 발구덕마을에서 정상에 이르는 동안 억새무리가 없는 곳이 없는데 특히 정상 주변의 넓디넓은 억새군락 장관은 두고두고 가슴에 남는다.발구덕마을 안쪽 임도의 휴게소(해발 850m 정도)에서 정상까지는 40분 정도 소요된다. 정상으로 올라가다가 숨을 고르기 위해 뒤를 돌아보면 증산역이 있는 남면 무릉리 일대가 시원스럽게 보인다. 정상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면 고봉준령이 첩첩이 전개된다.이같은 풍치도 억새 감상 외에 민둥산이 안겨주는 즐거움이다. 민둥산의 억새풀밭 면적은 46만2천㎡ 규모. 창녕 화왕산, 밀양 사자평, 포천 명성산 등과 더불어 전국 5대 억새풀 군락지 가운데 하나이다. 정선군에서는 매년 9월말부터 10월 중에 '민둥산 억새꽃 축제'를 개최, 전국 각지의 여행객들을 불러모은다.
산행도 어렵지 않다. 민둥산은 산세가 둥글둥글하고 등산로도 평탄한 편이기에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대여섯 살 어린 아이들도 부모의 손을 잡고 산에 오르는 모습이 쉽사리 목격된다. 억새 감상을 위한 방문객들이 많아지는 시기가 되면 커피와 옥수수, 컵라면 등을 파는 휴게소가 임도 중간에 들어선다.
▲함백산을 곱게 수놓은 단풍
여행객들이 붐비지 않는 경우 능전마을에서 발구덕마을을 거쳐 임도 중간의 휴게소까지 차량 통행이 가능하다. 차를 몇 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며 화장실도 만들어져 있다.그러나 증산역 인근, 38번 국도와 421번 지방도가 만나는 증산초등학교에서부터 올라가자면 이곳 휴게소까지 50분~1시간을 잡아야 한다. 해발 500m에서 등산을 시작, 해발 850m까지 곧장 오르는 수고를 해야 하는 것이다.몰운대와 증산역을 잇는 421번 지방도 상의 능전마을에서 시작해도 발구덕마을 임도의 휴게소까지는 도리없이 걸어야 하며 이 경우 1시간 10~20분 정도가 걸린다.민둥산 주변에는 ‘카르스트 지형’ 이 발달해있다. 석회암 지대에서 볼 수 있는 이색 지형이다. 석회암 내의 탄산칼슘이 빗물에 녹아 침하현상을 일으키면 구덩이가 파인 것 같은 지형이 생성된다.이같은 구덩이는 발구덕마을에서도 발견된다. 마을 이름 유래를 보면 8개의 구덩이가 있어 ‘발구덕’ 이 되었다는 것이다.가을의 전령 가운데 하나인 억새를 감상한 다음에는 화암8경을 찾아본다. 정선아리랑에도 ‘정선의 구명은 무릉도원이 아니냐 / 무릉도원은 어데 가고 산만 충충하네 / 일강릉 이춘천 삼원주라 하여도 / 놀기 좋고 살기 좋은 곳은 동면 화암이로다’ 라는 노랫말이 전해올 만큼 화암팔경의 풍광은 수려하다.화암8경의 제1경은 화암약수, 2경은 거북바위, 3경은 용마소, 4경은 화암동굴, 5경은 화표주, 6경은 소금강, 7경은 몰운대, 8경은 광대곡이다. 동면 일대의 424번, 421번 지방도 주변에 이 비경들이 자리잡고 있다. 드라이브를 즐기면서 단풍도 감상하고 절경의 아름다움에도 흠뻑 취해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문화유산 답사에 관심이 많다면 정암사를 찾아간다. 고한읍에서 414번 지방도를 타고 만항재와 함백산으로 향하다 만나게 되는 정암사는 신라 선덕여왕 14년(645)에 자장율사가 창건했다는 고찰이다.절 뒤편의 가파른 산비탈에는 부처의 진신사리가 봉안된 수마노탑(보물 제410호)이 세워져 있다. 높이 9m의 칠층모전석탑인 수마노탑은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갖고 온 마노석으로 쌓았다고 한다. 오대산 상원사, 양산 통도사, 영월 법흥사, 설악산 봉정암과 함께 석가모니의 정골사리를 모시고 있는 5대 적멸보궁의 하나이다.그래서 정암사에는 대웅전이 없고 그 대신 적멸보궁이 있다. 정선군 고한읍과 태백시 경계에 솟은 함백산(1천573m)은 정상까지 시멘트 포장도로가 닦여 있어 힘들게 등산을 하지 않아도 정상 탐방이 가능한 산이다.
정상 부근에 국가대표 선수들의 고지 적응 훈련장이 있고 통신사들의 중계탑이 설치되어 있어서 산중 도로가 개설되었다. 함백산 정상은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일몰의 풍경이 장관이다.서서히 해가 기울면 낙조를 감상하기 위해 모여든 여행객들이 부지런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한낮을 뜨겁게 달궜던 해는 영월과 정선, 삼척의 산봉우리들에게 골고루 마지막 광채를 선사한 다음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서해안 바닷가에서의 낙조가 3박자의 가벼운 왈츠에 비유된다면 함백산 정상에서 만난 일몰은 장엄한 미사곡에 가깝다.한편 정선역 아래 정선군여성회관 인근에는 최근 ‘아라리촌’ 이라는 민속촌이 탄생했다. 귀틀집, 너와집, 겨릅집, 돌너와집, 물레방아 등 강원도 산골의 주거형태를 관람하고 직접 숙박도 해볼 수 있는 곳이다.2일과 7일에 열리는 정선5일장은 외지관광객들을 위해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정도까지가 절정이다. 도시에서 온 일가족들은 정선의 특산물이라는 황기도 한 줌 사고, 쥐눈이콩도 한 되 사고, 겉절이 담글 푸성귀도 한 다발 사서 양손에 힘겹게 든 채 장터 곳곳을 구경다닌다.민물고기튀김에 감자송편, 메밀전병이며 옥수수가루로 만든 올챙이국수에 도토리묵과 조껍데기술이 연신 여행자들의 입맛을 다시게 만든다. 정선5일장날에는 정선군청 옆의 문화예술회관에서 오후 4시30분부터 공연하는 정선아리랑 창극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지방 소도시의 문화공연치고는 대단히 수준이 높아서 박수갈채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가리왕산의 가을 단풍은 풍경화 그 자체이다. 계곡이 곳곳에 발달해있고 수림이 울창하기에 단풍 역시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는 명소가 여러 군데 숨어있으며 산의 덩지가 커서 단풍 감상 기간도 다른 산에 비해 조금 더 긴 편이다. 산행이 무리인 여행객들은 가리왕산휴양림의 임도와 산책로를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단풍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교통정보서울에서 승용차로 출발할 경우, 영동고속도로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 갈아타고 제천나들목에서 38번 국도를 타고 직진하여 영월을 지나면 정선군 남면에 이르고, 민둥산교차로에서 421번 지방도 방면으로 좌회전하면 증산초등학교에 이를 수 있다.서울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종착지는 옛 증산역이 이름이 바뀐 민둥산역으로, 평일에는 6대의열차(7:00, 8:50, 12:00, 14:00, 16:00, 23:00)를 운행하고 주말에는 오후 10시 차편을 증차해 7대의 열차가 다닌다. 버스를 이용할 경우 동서울터미널에서 정선으로 가는 버스를 이용한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오전 7시 10분부터 오후 6시 55분까지 1~2시간 간격으로 하루 9대의 버스를 운행한다.■ 여행정보정선군청 관광문화과 : 033-560-2363정선시외버스터미널 : 033-563-9265정선역 : 033-563-7788레일바이크 : 033-563-8787휴관광호텔 : 033-592-8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