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강소슬 기자]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과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가 일어나기 전까지 여러 차례의 위험 경고를 지나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를 터널처럼 덮고 있는 형태지만 터널로 관리되지는 못하면서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게 문제였다.
특히 연구기관들이 도로 방음 자재의 화재 취약성에 관한 연구결과를 거듭 발표했으나 이번에 불이 난 방음 터널 소재는 가성비가 좋다는 이유로 이런 경고를 무시한 채 계속 사용됐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도로와 인접한 아파트 등의 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설치되는 방음터널은 소방법상 일반 터널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소방설비를 갖추지 않아도 되고, 정밀 안전진단이나 시설물 안전진단 대상도 아니다.
일반 터널에는 불연성 소재를 쓰게 돼 있고, 방음터널도 이를 준용한다고는 하지만 재질에 대한 기준이 미비하다.
그동안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은 두 차례 도로 방음 자재에 대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2012년 '고속도로 방음자재의 연소 특성 및 방염성능기준에 관한 연구'에선 이번에 화재 사고가 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에 사용된 아크릴 재질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 방음판이 폴리카보네이트(PC)보다 착화 시점과 화염 전파 속도가 빠르다고 경고했다.
실험 결과 PMMA 방음판은 전소했는데, PC 재질은 40% 정도 타다가 연소를 멈췄다.
2018년 연구인 '고속도로 터널형 방음시설의 화재안전 및 방지대책'에선 PMMA가 인화점이 280℃이고 PC는 450℃라서 PMMA의 화재 위험성이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민자고속도로 구간에서 주로 비용 면에서 월등한 경쟁력이 있는 PMMA가 방음터널 소재로 주로 사용됐다.
차량에서 난 불이 방음터널 내 방음벽으로까지 번진 사고는 2020년에도 일어났다.
2020년 8월 20일 경기 광교신도시에서 용인시 구성·동백지구로 향하는 하동IC 고가도로에 설치된 방음터널이 불에 탄 사고다. 승용차에 난 불이 번지면서 터널 200m 구간이 타버리고 뼈대만 남았다. 당시는 새벽 시간이라 인명피해는 없었다.
지난 8월에도 부산 동서고가도로 방음터널을 달리던 승용차에서 불이나 방화벽 일부가 불에 타는 일이 있었다.
감사원 지적사항을 받아들여 국토부가 터널 방음시설의 화재 안전 기준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시작한 건 올해 7월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방음터널의 PMMA 소재를 폴리카보네이트로 교체할 때 100m당 비용이 7억 원가량 소요되겠지만 비용을 이유로 국민 안전을 미뤄선 안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