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저축은행에서 5000만원 이상 ‘큰돈’을 맡기는 고객이 늘었다. 시중은행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예·적금 금리가 인기를 끈 영향이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기준 저축은행의 거액예금(5000만원 이상 예금) 잔액은 32조5000억원으로 연초 이후 1조8000억원 늘었다.
저축은행 거액예금 잔액은 지난 2020년 3분기까지만 하더라도 10조원대에 그쳤다. 이후 수신금리가 상승하면서 같은 해 4분기 20조원, 2021년 4분기 30조원을 넘어섰다. 수신 증가 속도도 은행(6.26%) 대비 3배에 가깝다. 저축은행 총수신(말잔)은 지난해 10월까지 18조5474억원(18.11%) 급증하며 120조원을 돌파했다. 자산 성장 역시 두드러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은행 총자산은 지난해 말 118조2636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136조4884억원으로 18조2248억원(15.41%) 불어났다.
저축은행으로 돈이 몰리는 배경은 역시 금리다. 이날 기준 저축은행 정기예금 1년 금리(가중평균, 신규취급액 기준)는 5.25%로 2021년 12월(2.47%)보다 두 배 이상 뛰었다. 특히 저축은행은 은행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해 0.01%라도 더 높은 금리를 찾아다니는 ‘금리 노마드족’을 유인했다.
과거와 달리 저축은행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진 분위기다. 업계 전반적으로 건전성이 제고되면서 예금자보호한도인 5000만원을 초과하는 거액을 예치해도 괜찮다고 인식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김혜연 한은 금융안정국 비은행분석팀 차장은 “최근 저축은행 거액예금이 늘어난 것은 수신금리 수준이 높아진 영향이 가장 크다”면서 “금융그룹 계열 저축은행이 많이 생기면서 ‘저축은행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과거보다 낮아진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저축은행 전체 예금 중 거액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예전보다 높아진 점은 향후 자금이 이탈할 경우 리스크(위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차장은 “과거에 비해서 거액예금이 많다는 것은 자금이 일시에 이탈할 수 있다는 얘기”라며 “5000만원 이내 소규모 수신은 이탈 가능성이 좀 더 낮고 수신 안정성이 높게 평가되는 데 비해, 거액예금의 증가는 수신 안정성이 과거에 비해 낮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