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7개 상장사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 한 달 새 7.8% 떨어져
환율 변동성, 수출부진에 따른 4분기 실적악화가 주요 원인
[매일일보 이채원 기자] 본격적인 실적 시즌을 맞이하며 상장 기업들의 지난 4분기 실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요 기업들이 어닝쇼크 수준의 4분기 성적표를 받음에 따라 올해도 주요상장사가 실적 악화를 맞닥뜨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의 2023년 실적 전망치가 있는 상장사 277곳의 영업이익 합은 191조6164억원으로 집계됐다. 불과 1개월 전만 해도 207조7357억원 수준이었던 전망치가 7.8%나 쪼그라들었다. 순이익 역시 157조5220억원에서 144조4189억원으로 8.3% 하락했다.
주요 기업들이 지난 4분기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기록한 것이 올해 실적 하향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 6일 4분기 잠정 연결 매출액이 70조원, 영업이익은 4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증권사 실적 전망치를 각각 3.74%, 37.44% 하회하는 수치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58% 줄었고 영업이익은 13조 8700억원에서 69% 감소했다. LG전자 역시 4분기 영업이익이 65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0% 넘게 급감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액 1조9684억원, 영업이익은 1012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 68% 줄어든 수치다. LG이노텍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 줄었다.
변동성 높은 환율과 수출부진이 기업 실적 악화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변동성이 높았던 환율은 기업들의 실적 하회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라며 “10월 1일 원달러 환율은 1440원이었으나 분기 말에는 1260.9원으로 하락해 기업들은 4분기 영업일 중 60% 이상을 1360원 이하의 환율로 영업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4분기 수출은 1592억달러로 전년의 1767억달러 대비 9.9% 감소했으며 수출전망치 1623억달러와 비교하면 1.9% 낮은 수치”라며 “코스피 기업 매출의 약 40%는 수출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부진한 수출은 부진한 실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다만 실적 부진 우려가 선 반영돼 경기 민감 섹터들의 주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테크, 금융, 에너지, 소재 등 경기민감 섹터의 주가는 필수소비, 유틸리티 등 방어적인 섹터보다 강하지 않다”며 “국내 경기 민감 섹터들은 미국 ISM 제조업지수나 독일 IFO 기업환경지수 등 그동안 경기에 예민한 경제 지표와 유사한 흐름에 그쳤고 기대가 높지 않았기에 실망 가능성도 낮다”고 봤다.
이어 “이번 기업실적 시즌에서 경기 민감 섹터들의 실적은 부진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미 낮아질 만큼 낮아진 실적 추정치와 향후 중국 지표 개선 가능성을 감안할 때 국내 경기 민감 섹터들의 하락위험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정다운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절적인 4분기 실적 부진과 부정적인 매크로 환경(수출 하락, 마진 축소 등)으로 실적 부진은 불가피한 시점이다”며 “다만 연간으로는 실적 추가 하향 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하고 최근 인플레 완화 등에 따른 달러 쏠림 완화, 중국 경기 기대 등으로 지수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전히 밸류 메리트가 있고, 미국 실적시즌에서 양호할 것으로 전망하는 소프트웨어를 선호업종으로 제시하고 또한 밸류 메리트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올해 1~3분기 실적 개선을 전망 중인 조선, 호텔·레저, 필수소비재, 유틸 등도 선호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