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친일 굴욕 외교…역사 오명으로 남을 것"
[매일일보 이진하 기자] 정부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배상안'을 내놓자 야당은 굴욕적 외교라며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탄핵 심판 대상이 될 정도로 중대한 헌법위반 사항'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김홍걸 무소속 의원은 26일 오후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정부는 일방적인 저자세 외교로 일본으로부터 무슨 양보를 얻어낼 생각인지 확실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며 '외교 무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회를 공동개최한 박석운 한일역사정의공동행동 대표는 "대한민국 정부가 자국민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법적 권리를 무시하고 일본 전범 기업의 법적 책임을 사실상 면제해 주는 방식의 해법을 제시한 것은 역사에 오명으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지난 2018년 대법원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이 제3자로부터 판결금을 대신 변제받는 배상안을 언급하며 "만일 대통령이나 각 행정부처 소속 공무원들이 대법원의 실정법 해석에 반하는 내용으로 직무집행을 한다면 이는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행위"라며 "탄핵 심판의 대상이 될 정도로 중대한 헌법 위반사항"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강제 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는 불우이웃 돕기 방식이 아닌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으로 진행되는 배상금 성격이어야 한다"며 "대법원의 강제집행 절차를 더 이상 미루지 않고 바로 집행될 수 있도록 판결을 신속하게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참석해 정부가 내놓은 배상안 내용을 지적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강제 동원 해법 문제는 잘못된 프레임에 빠진 것"이라며 "외교가 아닌 법적 차원의 해결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합당한 사과와 보상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현재 한일관계를 유지하는 게 맞다"며 "일본 피고 기업의 최소한의 배상 참여나 유감 표명도 없이 진행되는 정부의 제3자 변제방안은 한일 관계 개선만 급급한 인상이 역력하다"고 비판했다.
박 정 의원은 "강제징용 해법은 일본 정부와 가해 기업의 진심 어린 사과, 피해자와 유족의 동의 등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이런 원칙 없는 해법은 사상누각"이라고 말했다.
윤영덕 의원도 "제3자 배상을 공식화한 건 피해자 가슴에 대못질을 한 굴종외교"라며 "강제동원 책임은 일본에 있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고 대일외교 문제를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외교부는 포스코 등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수혜 기업으로부터 걷은 기부금으로 전범기업을 대신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겠다는 배상안을 발표했다. 일본 기업의 직접적인 배상 참여 없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한 제3자 변제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