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강소슬 기자] 홈쇼핑업계가 홈쇼핑 채널 사용료인 송출수수료를 두고 IPTV·유료방송업계(SO)와 수년째 갈등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일부 유료방송업체는 해를 넘겼음에도 여전히 홈쇼핑 사업자와 재계약 협상을 마치지 못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 계약’ 가이드라인을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연내로 목표 시점을 정정하고 각 업계의 의견을 추가로 수렴한 뒤 내용을 수정하기로 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유료방송업체가 홈쇼핑사에 부과하는 매출액 대비 송출수수료 비율은 2019년 49.6%에서 2020년 53.1%로 증가했고, 지난해 58.9%로 올라섰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홈쇼핑 사업자가 유료방송 사업자에 지불한 송출수수료는 2017년 1조3874억원에서 2021년 2조2508억원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홈쇼핑 사업자들의 매출은 대부분 정체됐다.
송출수수료란 TV 채널을 활용해 물건을 판 만큼 홈쇼핑사가 유료방송업체에 주는 것을 말한다. 홈쇼핑업계에서는 매년 증가하는 송출수수료가 현재 매출액의 60%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생존을 위한 인하가 시급하다고 호소한다. 반면 유료방송업체에선 송출수수료가 시장경쟁 원리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양측 모두 매년 반복되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사업자의 의견을 고루 반영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의 가이드라인 개정안 마련 중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은 대가검증협의체 기능 축소와 조정계수 명문화다. 가이드라인 초안 제11조에서 홈쇼핑 송출료 대가검증협의체는 사업자 요청시 송출대가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게 되어있다.
과기정통부는 적정성 문구를 없애고 대신 고려요소 값 검증으로 개정을 추진 중이다. 협의체가 송출료 인상률 타당성을 판단하지 않고, 셈식에 적용된 데이터의 정확성 검증 역할만 하겠다는 의미다.
홈쇼핑업계는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말 선보인 가이드라인 초안은 송출료 분쟁시 적정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해줘야 할 대가검증협의체의 기능이 축소될 경우 불공정 협상이 심화될 수 있는 만큼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초안은 과기정통부 자체가 친 통신사 측인 만큼 언론이나 국감에서 송출수수료 문제가 지목되는 것에 대해 뭔가 하는 시늉을 하는 정도”라며 “홈쇼핑업계는 적당한, 합리적인 수수료를 지급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중재를 필요로 하고 있는데, 협상 횟수나 방식 등 고려요소 값과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만 검증하겠다는 것은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 밝혔다.
이어 “오히려 가이드라인만 잘 준수하면 얼마를 올리든 상관없다는 식으로 정당성을 부여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가이드라인에 조정계수를 명시하는 것도 갈등 요소 중 하나다. 정부의 가이드라인 개정 초안에는 모바일·인터넷 방송 상품 매출과 함께 조정계수도 대가산정 고려요소 항목에 포함됐다. 또한, 홈쇼핑사가 방송 판매 상품 매출에 물가 상승분이 이미 반영된 만큼 대가산정 기준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구했던 물가상승률도 유지된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조정계수를 포함하면 사실상 유료방송 사업자가 마음껏 송출수수료를 올릴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과 같다”며 “홈쇼핑사 매출의 절반을 넘기고, IPTV사 매출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과도한 송출수수료는 홈쇼핑 산업의 몰락뿐 아니라 방송 산업 생태계의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 송출수수료 문제를 시장 원리에 맡길 것이 아니라 홈쇼핑과 IPTV 사업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