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돈잔치' 논란에 '고통분담'…규모 부풀리기로 생색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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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銀 '돈잔치' 논란에 '고통분담'…규모 부풀리기로 생색 지적도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3.02.1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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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질타에 은행권 부랴부랴 '3년간 10兆 지원' 발표
"고통 분담 위해 이익 환원"...지원 규모 눈속임 비판도
정부의 이자장사 비판에 은행권이 3년간 10조원 규모의 지원 카드를 꺼냈다. 사진은 서울 시내에 설치된 은행의 ATM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이자장사 비판에 은행권이 3년간 10조원 규모의 지원 카드를 꺼냈다. 사진은 서울 시내에 설치된 은행의 ATM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최근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이자 장사로 돈 잔치’를 벌였다는 질타를 들은 은행권이 '10조원'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통령까지 나서 전방위적인 서민금융 고통 분담 및 사회 환원 압박이 가해진 영향으로 보인다.

향후 3년간 10조원 이상을 취약계층 지원 등에 쓰기로 한 게 골자다. 하지만 투입하는 돈은 똑같은데 승수효과만 부풀리기 했다는 비판도 함께 나온다.
지난 15일 은행연합회는 “은행권이 이익의 사회 환원을 통해 국민경제의 어려움을 분담하고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자 3년간 10조원 이상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저소득·저신용자 등 대상으로 3조원, 경제적으로 소외될 수 있는 중소기업에게 3조원을, 서민금융에 약 4조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주요 사업은 △저소득·저신용자 지원 △금융 소외 중소기업 지원 △서민 금융상품 공급 확대 등이다.  우선 은행권 공동 사회공헌사업 자금을 활용해 저소득·저신용자에 3년간 3조원을 지원한다. 5000억원을 재원으로 취약차주 긴급생계비 2800억원과 채무 성실 상환 대출자에게 17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며 중소기업보증 재원으로 1600억원을, 은행권 사회공헌플랫폼 뱅크잇을 통한 공익 사업에도 1000억원을 배정했다. 또 신용·기술보증기금 특별출연 확대를 통해 자금난에 처한 중소기업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이와 관련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 공적 보증기관에 대한 출연금을 기존 연간 2600억원에서 3200억원으로 늘릴 예정이며, 나머지 중·소형은행들도 행보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취약계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경감시키기 위해 서민금융상품 공급도 확대한다. 3년간 새희망홀씨 등의 지원 규모를 기존 목표(6조4000억원)보다 9.3% 많은 7조원으로 증액할 계획이며 지난해 9월 출시한 소상공인 저금리 대환(갈아타기) 대출 보증 재원도 800억원 추가하기로 했다.
은행별로 저금리 대환(갈아타기) 프로그램, 저신용자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취약차주들에게 7000억원도 신규 공급할 예정이다. 은행권의 이 같은 조치는 최근 정부와 국회는 물론 대통령까지 나서 고통 분담을 압박한 결과로 풀이된다. 금리 상승에 이자 장사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만큼,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라는 요구들이 거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 고금리로 인해 국민들 고통이 크다”며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원회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 같은 은행권에 대한 비판 배경엔 고금리로 사상 최대 이익을 내면서도 사회공헌에 인색했다는 지적이 있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은행연합회 사회공헌활동 보고서, 금감원 공시 실적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19개 은행의 2021년 당기순이익 대비 사회공헌금액 비율은 -1.26~13.59%였다. 5대 시중은행으로 좁히면 해당 비율은 5~6%에 불과하다. 은행권 일각에선 비판 여론이 일부분 억울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정부 정책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취약계층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오히려 “은행이 금리 장사로 제 배만 불린다”는 식의 역풍을 맞았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가 강조한 취약계층 지원과 사회공헌에 힘을 쏟아 왔는데, 정부와 여론에 등 떠밀려 지원하게 되는 모양새가 된 게 씁쓸하긴 하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권이 꺼내든 '3년간 10조원' 카드가 지원 효과를 기준으로 한 금액이라는 점에서 이번 발표가 '금액 부풀리기'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은행권이 이 금액을 실질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보증 배수를 통해 이 규모만큼의 효과를 내겠다는 약속이다. 가령 취약 차주 긴급생계비 지원에 1500억원을 지원하지만, 공급 효과는 2800억원 규모가 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신용승수 효과다. 보증배수 효과는 더 크다. 1600억원을 중소기업보증에 활용하면 유동성이 약 2조원 공급되는 효과가 난다. 정작 은행권이 공동 사회공헌사업을 위해 마련하겠다는 '원금'은 3년간 5000억원으로 기존 수준이다. 신·기보 특별출연 확대(2000억원)에 쓰이는 재원과 '소상공인 저금리 대환대출'에 대한 은행권 추가 보증재원(약 800억원)을 합해도 은행권이 실제로 쓰는 금액은 7800억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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