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치솟는 물가에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제 두부도 고민하고 구매하는 시대라 한다. 바쁜 일상에 끼니를 거를지언정 식량발 인플레로 하루 세끼가 사치라는 말은 처음 들어본다. 그만큼 민생경제가 다양한 어려움에 맞닿고 있다.
한국은행 및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2%. 이는 지난해 7월 6.3% 이후 서서히 둔화한 수치지만, 전기·가스·수도 등의 공공요금과 식품·외식 가격 인상이 맞물려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지수는 지속 상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폭이 점차 안정화를 되찾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전망은 전망일 뿐 위축된 경기로 기업들의 계산기는 현재도 실세 없는 두들김의 연속이다. 올 상반기만 물가 인상에 따른 불안한 경제가 마치 시계추처럼 오고 가고 있다.
물가인상 요인 중 윤석열 정부 통제에도 감지되지 못한 ‘낡은 규제’는 더 심각하다. 하나만 예로 들면, 서민 밥상의 대표인 두부의 경우 수입대두(콩) 부족사태라는 꼬리표를 5년을 넘게 달고 다닌다. 대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at를 통해 직접수입‧분배(직배, 직배공매)와 수입권공매라는 최고가 입찰 방식으로 공급한다. 정부가 국산 콩 보호 명분을 내세워 국내의 모든 대두의 물량을 통제하는 것이다.
이런 공매방식은 영세기업의 경쟁력을 상실시키고 물가인상으로 연결 짓는다. 수요 증가로 매년 물량도 부족한데 오히려 정부가 자금력이 부족한 영세기업을 대기업과 경쟁시키고, 필요시에만 부족 물량을 미리 배정해 제품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조성했다. 정부의 손아귀에 오래 묵은 ‘낡은 규제’가 고착화해 영세기업과 국민들만 피해를 보는 것이다. 매년 정례적으로 열리는 농식품부 장관과 중소기업인 간담회만 봐도 개선은커녕 영세기업 불굴의 의지가 마치 극단적 투쟁처럼 치부 받는 느낌이 들 정도다.
이뿐인가. 최근엔 전기‧가스‧상하수도세 등 공공요금 인상 랠리에 국민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달 전기·가스 등의 공공요금은 28.3%나 상승해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정부도 민생을 위해 속도조절에 나섰지만 인상이란 방향은 유지될 전망이다.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주류 판매 가격 인상 소식도 불편하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주류 가격은 전년 대비 5.7% 올랐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11.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올해도 주세 인상과 원재료, 부자재 가격, 물류비 등의 오름세 여파로 인상이 유력해 보인다.
특히, 고금리·고물가로 시름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만큼이나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전날(20일) 중소기업·소상공인 단체는 기자회견을 갖고, 업계 현실을 감안해 금융권이 고통분담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실제 연 3.50%인 현 기준금리도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통제에 무게를 두고 여러 조치를 시행했다. 경기 부양 의지를 강력히 내비치고 있지만, 제한적인 성공만 거두었을 뿐,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포괄적인 대책이 부재한 상태다. 민생경제 취약은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고용의 불안정과 소득력 저하는 경제 성장에 있어서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물가 상승은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다. 정부는 국가 경제에 안정을 가져오기 위해 낡은 규제를 깨고 국민들을 위한 진정한 경기 부양책을 펼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