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한미 훈련, 상황 악화시켜…정치적·외교적 해결 어렵게 해"
[매일일보 김연지 기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0일(현지시간)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아무런 성과 없이 종료됐다.
VOA,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한국, 일본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의 잇따른 무력 도발을 강력 규탄하면서 안보리 차원의 공식 대응을 요구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서방 국가의 조치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북한의 ICBM 발사를 강력 규탄하고, 대한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을 거듭 촉구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미국은 2월 18일과 19일 발사된 북한의 탄도미사일 3발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 여기에는 2022년 이후 9번째인 ICBM 발사가 포함된다"면서 "이번 ICBM은 고각으로 발사돼 일본해(동해)에 탄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보리의 추가 대북 조치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여온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해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명백히 금지한 안보리 결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양상을 지속하는 것은 안보리의 대응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우리는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유지할 책임을 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지난해 전례 없는 (탄도미사일) 발사에 직면해 2개 상임이사국은 북한의 수많은 위반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침묵을 강요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중요한 문제에 있어 침묵은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만약 두 이사국이 계속해서 안보리의 임무 수행을 방해한다면 우리는 북한이 도전적으로 이러한 무기를 개발하고 시험할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면서 "안보리가 행동하지 않는 것은 수치스러운 것을 넘어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지난해 11월 제안했던 '의장성명'을 다시 제안했다. 그는 "안보리가 북한의 최근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해야 한다"면서 "미국은 다시 한번 의장성명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11월 당시 북한의 ICBM 발사에 대응해 안보리 의장성명을 추진했지만 중국, 러시아 등의 반대에 막혀 무산된 바 있다.
바버라 우드워드 영국대사도 "우리는 안보리 결의의 심각한 위반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며 북한의 도발 중단과 대화 재개를 요구한 뒤 "미국의 의장성명 제안을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도 "북한을 대변하거나 북한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건 북한을 대담하게 만들고, 북한 핵무기를 더욱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뿐"이라며 "북한의 반복되는 도발에 대해 안보리가 조치를 취하는 데 거듭 실패한다면 한국을 포함한 당사국들은 일부 안보리 이사국들이 원치 않는 독자 조치를 마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도발이 한미 연합훈련 때문이라며 서방 국가의 조치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다이빙 주유엔 중국 부대사는 "모든 관련 당사국이 긴장을 고조하고 계산 착오를 초래할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자제해야 한다"면서 "올해 초부터 미국과 그 동맹들이 한반도 주변에서 북한을 겨냥한 연합 군사 활동을 증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보리의 대북 결의는 단지 대북 제재만이 아니라 긴장 고조를 피하고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진하는 6자회담 재개 요구를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폴랸스키 주유엔 러시아 차석대사도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를 위협하는 어떠한 종류의 군사 활동에도 반대한다"며 "(한미 연합훈련 확대가) 상황을 악화시키고 정치적·외교적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폴랸스키 차석대사는 "(한미 연합훈련과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에) 북한이 미사일 시험 발사로 대응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북한을 비판하기 위한 안보리 회의 소집이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