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 한 달 새 0.50%p↓…대출금리 0.10%p↑
수신경쟁 잦아들고, 예대율 규제 한시적 완화 영향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저축은행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금리 간 차이)가 재차 확대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까지만 하더라도 금융권 수신 경쟁으로 인해 예대금리차는 축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올해 들어선 상황이 반전했다.
금융권 수신 경쟁이 잦아들고 대출금리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수신금리만 올릴 경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가파르게 오르면 금리 상승세 역시 둔화하면서 더 이상 높은 금리로 수신을 유치할 유인도 사라졌다.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상호저축은행 예금금리(1년 만기 정기예탁금 신규취급액 기준·5.20%)는 한 달 새 0.50%포인트(p), 떨어졌다. 반면 저축은행의 대출금리는 13.17%를 기록해 한 달 전보다 0.10%p 올랐다.
예대금리차는 7.97%로 집계됐다. 예대금리차는 작년 하반기 수신금리 인상이 한창일 때, 다소 좁혀지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기준금리 상승세를 타고 예·적금 금리를 최대 7%까지 인상한 바 있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수신금리 상승세가 주춤하고, 저축은행들이 예금 이자를 낮추면서 분위기 반전했다. 저축은행중앙회 따르면 이날 기준 저축은행 79개사의 평균 예금금리(12개월)은 3.78%로 작년 말 5.37%에서 1.59%p 주저앉았다.
저축은행 업계가 수신금리를 내리는 배경은 시중은행과의 금리경쟁이 중단된 영향이다. 금리 상승기에는 더 높은 금리를 찾아 고객들이 이탈할 수 있어, 저축은행도 수신확보를 위해 금리를 올린다. 이런 움직임에 금융당국은 수신금리 인상 경쟁 자제를 당부했다.
은행의 예금금리 인상이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가중할 수 있고 은행이 시중자금을 빨아들여 제2금융권의 유동성 부족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예대율 규제 완화도 한몫했다. 지난해 10월 말 금융위원회는 수신경쟁을 완화해 대출금리 상승 압력을 줄이기 위해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예대율 규제를 기존 100%에서 각각 105%, 110%로 한시적 완화했다.
예대율이란 예금 잔액 대비 대출금 잔액의 비율을 의미한다. 예대율이 늘어나자 규제비율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밖에 조달비용 부담이 커진 저축은행들이 수익성 방어를 위해 수신금리 인상을 자제하는 것도 예대금리차 확대에 영향을 줬다.
저축은행들은 작년 한 해 인기를 끌었던 파킹통장 금리 역시 빠르게 내리고 있다. JT친애저축은행은 최근 파킹통장 상품 ‘비대면플러스입출금통장’ 금리를 종전 연 3.6%에서 연 3.3%로 0.3%p 인하했다. 이 상품은 올해 1월 초 연 4.0% 금리로 출시했는데,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금리를 0.4%p나 내렸다.
금리 매력이 떨어지면서 저축은행 수신잔액 증가세는 눈에 띄게 둔화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 수신잔액은 작년 12월 말 기준 120조2384억원으로 직전월인 11월 말 121조3572억원 대비 무려 1조1188억원(0.92%) 줄었다.
수신금리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한 달 사이 1조원 넘는 금액이 빠진 것이다. 저축은행 수신잔액은 2020년 말 79조1764억원, 2021년 말 102조4435억원, 작년 10월 120조원을 돌파하며 증가세를 지속했지만, 4분기 들어선 둔화세가 뚜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