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소현 기자] 부동산 전문가 90%는 올해 집값이 5% 이상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다만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내년부터 반등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봤다.
KB경영연구소는 5일 '2023 KB 부동산 보고서'를 통해 시장 전문가와 중개업소, 자산관리전문가(PB)를 대상으로 한 주택가격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2023년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응답한 시장 전문가는 전체의 95%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중개업자는 96%, PB는 92%를 차지했다. 지난해 설문조사 결과 하락 응답 비율이 50~60%에 그쳤던 것과 비교된다.
수도권에 비해 비수도권은 가격 하락 폭 예상치가 더 컸다. 수도권 중개업자의 35%, 전문가의 26%가 하락 폭으로 '5% 이상'을 예상했다. 비수도권의 경우 5% 이상 하락할 것이라고 답한 비율(중개업자 36%·전문가 39%)이 수도권보다 높았다.
연구소는 올해 주택가격이 4.1%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거래가 급감하여 체감 경기는 더욱 침체될 수밖에 없지만 가격이 일정 수준 하락할 경우 일부 수요가 회복되면서 가격 하락을 지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택매매가격 반등 시점으로는 2024년을 꼽았다. 내년 반등을 전망한 시장 전문가는 전체의 45%를 차지했고 중개업자는 53%, PB는 47% 등을 기록했다. 다만 2025년이나 그 후에 반등한다는 전망도 40~50%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냈다.
전세시장도 매매시장과 비슷한 응답을 보였다. 2024년 반등 가능성에 대한 의견이 많았고, 전문가에 비해 중개업소가 반등 시기를 더 빠르게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시장 연착륙을 위해 필요한 정책으로는 세 그룹 모두 규제 완화를 강조했다.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에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와 취득세를 면제하는 방안,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를 풀고 주담대 정책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꼽았다.
올해 지역별 주택경기를 묻자 전문가 상당수는 대구, 인천의 경기 위축을 우려했다. 비교적 양호할 지역으로는 서울(33%)과 경기(28%)를 꼽았는데, 최근 주택시장 위축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긍정적인 시각이 남은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투자 유망 부동산으로는 재건축(21%)을 꼽았고 이어 아파트 분양(21%), 준공 5년 이내 신축 아파트(16%), 재개발(12%) 순이었다. 중개업자들은 신축 아파트(16%)·재건축(15%)·아파트 분양(14%), PB들은 재건축(22%), 신축 아파트(21%), 아파트 분양(17%) 순으로 선호도가 높았다.
연구소는 당분간 주택 시장 조정은 불가피하지만 집값 급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소는 "금융위기 당시 주요국의 LTV 수준이 70% 이상으로 상대적으로 느슨한 반면, 한국은 50% 수준을 유지했다"면서 "주택 경기 침체에도 가계 부실이나 주택 보유자의 주택 처분 압력으로 이어 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2019년 주택가격 급등으로 금융 규제가 강화되면서 현재 국내 가구의 LTV는 평균 38.7%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최근 금리 상승과 대출 부담 등이 주택시장에서 급매물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고 했다.
연구소는 올해 주택시장 7대 이슈로 △거래 절벽 지속 여부 △금리 변동과 시장 영향 △다주택자 보유세 부담 완화 △속도 빨라지는 아파트 재건축 △청약 수요 위축과 미분양 증가 △월세 부담과 깡통전세·역전세 등을 꼽았다.
한편 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전국 주택매매 가격은 1.8% 하락했다. 연간 주택매매 가격이 하락한 것은 2012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주택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약 50% 급감했다. 특히 같은 해 7월 이후로는 월평균 거래량이 약 3만3000가구에 불과했다. 2017∼2021년 월평균 거래량(8만2000가구)의 절반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