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강력 성토, 피해당사자들 "저자세로 일관한 외교 실패"
양금덕 할머니 "대통령은 어느 나라 대통령이오" 강력 반발
매일일보 = 이진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간 미래지향적 협력은 양국은 물론이거니와 세계 전체의 자유, 평화, 번영을 지켜줄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전날 외교부가 발표한 강제징용 배상 해법을 놓고 일본 정부의 사과가 빠진 셀프 배상이란 비판이 이어지자 직접 설명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양금덕, 김성주 할머니 등 피해 당사자는 물론이고 야당과 피해 대리인단은 정부의 배상 방침을 강력 규탄했다.
윤 대통령은 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어제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한 한일 관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며 이 같이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이 방안은 그동안 정부가 피해자의 입장을 존중하며 한일 양국의 공동 이익과 미래 발전에 부합하는 방안을 모색해 온 결과"라고 밝혔다. 또 "일제감점기 강제징용을 당한 국민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합당한 배상을 받도록 대한민국 정부는 과거부터 꾸준히 노력해 왔다"며 1974년 특별법 제정과 2007년 특별법 추가 제정 등을 통해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각각 92억 원, 6500억 원을 이미 배상했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전날 외교부가 발표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를 놓고 파장이 커지자 여론을 의식해 대통령이 직접 설명에 나선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고조되는 북핵 위협과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등 엄혹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 속에서 한일관계가 파탄상태로 이어진다면 안보 위기와 경제적 손실 등 피해를 입을 것이란 인식을 드러냈다. 국제정세 속에서 한일관계의 중요성과 함께 안보위협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실제 윤 대통령은 3·1 기념사에서 언급했던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지금은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 경제, 과학기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라는 말도 다시 한번 강조하며 "한일 교역 규모는 우리나라 전체 교육 규모에서 6~7%에 이르고 우리 기업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는 일본과 일본기업의 투자 규모가 전체 22%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주장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당시 공동선언의 핵심은 오부치 총리의 '반성과 사죄'로 주목받은 것이라며, 윤 정부가 역사적 내용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피해자들도 정부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는 국회에서 열린 긴급시국선언에서 "지금 대통령은 어느 나라 대통령이오. 한국 사람이오. 일본 사람이오. 일본을 위해서 살아요. 우리 한국 사람을 위해서 살아요"라며 정부의 입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양 할머니는 "도대체가 참 이해가 안 간다. 지금 아흔 다섯 살이나 먹도록 이런 식은 처음 본다"며 "나는 그런 돈은 곧 죽어도, 굶어 죽어도 안 받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양 할머니는"사과는 정작 잘못한 일본으로부터 받아야 하며 배상도 동냥해서는 안 받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방침 즉 제3자 변제 방식의 배상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피해자 대리인단 또한 공탁언급에 무효화 과정을 밟겠다고 밝혔다. 일본 전범 기업들의 국내 자산을 강제집행하기 위한 추심 절차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즉 정부 방침과는 상관없이 법적 소송을 통해 끝까지 배상을 받아내겠다는 게 대리인단의 설명이다. 나아가 양 할머니 등 피해당사자와 대리인단 등 관련 단체들은 매주 집회를 열고 정부가 일본과 합의한 배상안을 규탄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강제징용 배상 해법을 일단락 지은 윤 대통령은 이달 중순 일본을 방문해 한일정상회담을 열고 4월로 예상되는 한미정상회담을 진행한다. 이어 5월에 일본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