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신포도와 거짓말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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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신포도와 거짓말 잔치
  •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 처장
  • 승인 2023.03.0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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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 처장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 처장

매일일보 =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 처장  |  세계적인 경제 위기와 정치외교적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는 시기이다. 이럴 때 제일 먼저 힘들어지는 것은 민초의 삶이다.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행위는 더욱 강화되고 정치적 수사가 난무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솝우화의 ‘신 포도와 여우’ 같은 일이 현실에서 종종 벌어지기도 한다. 견강부회(牽強附會)랄까, 프로파간다라고 할까. 사회적 동력은 어떻게 활용되어야 조금 더 나은 내일을 약속해 줄까 하는 점은 늘 화두일 것이다. 그럼에도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은 위기의식의 결여이고 기득권의 저항이다. 요즘 각종 개혁 이슈들이 어떻게 정리될 것인가도 다음 세대의 삶의 질을 결정하게 될 요소이다. 여기에는 정치적 수사를 넘어 진정성의 농도가 새로운 장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방향성은 어찌 될 것인가가 첫 번째 단추이다. 결과를 보고 연역적으로 해석할 것인가? 현실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귀납적으로 전개될 것인가? 하는 점을 보면 예측이 가능해질 것이다. 흔히 사회적 합의라는 틀과 국민적 여론(누구의 국민인지는 잘 모른다)에 의하여 봉합 되는 것은 현실이다. 그러나 늘 성공은 극복하는 자들의 몫이었다.

우리 사회의 현 주소는 어떨까?

예방보다 감시‧감독에 더욱 열중하는 나라가 좋은 나라일까? 그런 시스템, 그런 사회, 그런 회사가 좋을까? 현역으로 근무하던 시절, 품질관리 업무를 맡은 적이 있었다. 이 업무를 통해 경영상황 개선에 크게 기여하게 되었는데, 활발한 분임 활동이 일등공신이었다. 다양한 활동이 있었지만 품질관리 분임조의 사고와 생각과 방향은 단순했다. 바로 과정상에서 불량이 발생할 만한 요소를 사전에 걷어내는 것. 불량 관리를 넘어 기업 조직관리 운영 방안으로 정착되기 시작한 것이 전국으로 퍼졌고 전사적인 ‘토털 퀄리티 컨트롤(TQC)’ 운동으로 확대되었다. 이것은 결국 기업들의 사고와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고네 가지 변화를 이끌었다.
첫 번째 변화는 사후 검사보다 철저한 과정 관리가 불량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고의 전환이었다. 두 번째 변화는 검사 과정에서 소요되는 사람과 인력의 낭비, 기회의 낭비를 없앨 수 있었던 것이고 그 결과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높일 수 있게 되었다. 셋째는 세계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품질 경쟁력의 밑바탕이 되었으며 ‘메이드 인 코리아’의 밑바탕이 되었다. 네 번째는 이러한 사고방식이 기업 경영 시스템에 녹아들어 감으로써 ‘검사보다는 예방’ 이란 사상을 심어주었다. 바로 삼성에서 ‘신경영’을 촉발시킨 품질경영의 시작이었다. 기업은 이러한 사전적 예방 활동을 깊이하고, 그 후로도 품질 관리는 계속되어 토털 정비시스템, 예지 정비 시스템 등의 솔루션을 적극 활용해 기업은 기회를 놓치지 않는 이른바 ‘기회 경영’을 하게 됐고 그 결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 밑바탕에는 구성원들의 인식과 시스템의 변화가 있었다. “마누라와 아이 빼고 다 바꾸자”라는 삼성의 신경영이 추구하는 방향도 이와 같았다. 우리 사회는 어떨까? 시간이 갈수록 부쩍 검사기구가 많아진다는 느낌이 든다. 검사하고, 감시하고, 확인하고, 벌을 주고… 각각의 법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런 기능이 사회적 합의하에 각종 규제, 각종 처벌, 각종 벌금과 징역형 전과자를 양산해 내고 있다.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만 원인을 살피고 근인(根因)을 해결할 시스템과 방안 도출보다는 “ㅇㅇ법”이라 하며 사회적 합의라며 처벌을 높이고 강화하고 징벌하고자 하는 복수 행위 같은 법들이 등장한다. 더 강하고 가혹하게 처벌하면 범죄가 없어지거나 실수가 줄어들 것이란 막연한 기대가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과연 그럴까? 잠재적 범죄자를 폭넓게 감시하자는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작동했고 그 부작용과 정치적 함의는 어떠하였는가? 검사가 많아지고 감시를 많이 하면 할수록 사회는 깨끗해지고 부정부패는 없어질까? 아니면 사전 예방을 통해 구성원들이 부정부패를 유발하는 생각을 덜 하게 하면서 시스템적으로 찾아내거나 막을 수 있는, 이른바 ‘누수를 방지’하는 사전적 프로세스 관리를 하는 것이 좋을까?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일지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분명한 것은 검사와 감사를 하면 할수록 적발되는 분량은 늘어날 것이고 시스템을 정교하게 운영하여 예방하면 할수록 그와 같은 누수는 평균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사실 이것은‘기업 경영의 abc’인데 국가경영이나 사회경영 시스템에 적용되면 안 될까? 하기야 이렇게 해서 이득을 보고자 하는 사람도 있고 그 사이에 기생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이 또한 사회적 발달 과정의 일부일 것이요, 이 또한 사회의 ‘수준’일 것이다. 누군가는 신 포도라 할 것이고, 누군가는 분식된 언어적 유희를 희롱할 것이다. 누가 알아차릴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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