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지주 10명 중 7명 연임..."경영진 견제 기능 상실"
“책임경영 위해 사외이사 정례적 평가 장치 마련돼야”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국내 주요 금융지주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기존 사외이사의 70% 이상이 다시 추천돼 연임을 앞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23~24일 열리는 금융지주 주총이 일제히 열리는 가운데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을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일각에선 이들의 연임에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온다. 독립성이 약하고 잇속만 채우면서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최근 4대 금융지주 주총 안건 관련 보고서를 발표하고 주주들에게 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연임 후보들의 선임에 반대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사외이사 25명 중 18명(72%)이 이미 현직 사외이사로서 주총 표결 결과에 따라 연임이 확정될 전망이다.
금융권에선 통상 사외이사의 임기가 끝나도 최장 6년까지 대부분 재선임해왔기 때문에, 이번 주총에서도 연임이 무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신한금융지주에서는 곽수근(전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위원장)·배훈(변호사법인 오르비스 변호사)·성재호(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용국(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임상교수)·이윤재(전 코레이 대표)·진현덕(페도라 대표이사)·최재붕(한국금융연수원 금융DT Academy 자문위원)·윤재원(홍익대 경영대학 교수) 등 8명이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됐는데, 모두 연임 대상이다.
KB금융지주의 경우 사외이사로 추천된 6명 중 김경호(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이사와 권선주(전 기업은행장) 이사, 오규택(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이사 등 3명이 기존 사외이사다.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는 김성용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여정성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조화준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상근감사 3명이 추천됐다.
하나금융지주에서도 김홍진(전 한국예탁결제원 경영지원본부장)·허윤(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이정원(하나은행 사외이사)·박동문(전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이사)·이강원(법무법인 다담 변호사)·양동훈(동국대학교 회계학과 교수) 등 6명의 현 사외이사가 재추천됐다. 신임 사외이사 후보는 원숙연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와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2명뿐이다.
우리금융지주는 기존 정찬형(전 포스코기술투자 사장) 사외이사를 포함한 3명을 후보로 추천했다. 선임 안건이 주총을 통과하면 윤수영 전 키움자산운용 대표, 지성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새로 사외이사진에 합류한다.
이들 상당수가 라임펀드와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채용 비리 등 금융지주의 각종 대형 사고와 관련해 경영진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자격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ISS는 최근 4대 금융지주 주총 안건 관련 보고서를 내고 “법적 위험이 있는 임원에 대해 집단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넘어간 만큼(collective inaction) 유임의 자격이 없다”며 “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연임 후보들의 선임에 반대할 것을 권고한다”고 주주들에게 전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연임이 법적으로 문제 될 건 없지만, 견제와 감시 등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에 대해선 우려가 있다”며 “금융회사의 책임 경영과 관련해서 아쉬운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회사 안건에 100% 가까이 찬성해왔다. 실제로 2022년 4대 금융지주가 이사회에서 논의한 안건 총 127건 중 부결된 안건이 없었다. 반대 의견도 단 4건에 그쳤다.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거수기’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금융지주들은 이사회 이전에 충분한 논의가 이뤄진다고 설명한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의결 안건이든 보고 안건이든 이사회 전에 안건 내용이 공유되고, 사외이사들이 이를 심의·검토한다"며 "이사회에는 비쟁점 사안, 즉 합의 사안이 주로 안건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특별한 의견 제시나 반대가 없어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 이사회는 경영전략, 내부조직과 지배구조, 리스크 관리에 관한 최종 의사결정 기구다”며 “공공재 측면이 있는 은행의 지배구조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이사회 기능 제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은행의 지배구조 구축 현황과 이사회 운영의 적정성을 점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