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일 관계, 과거사에 발목 잡혀선 안돼"
野, '대일 굴욕외교' 국정조사 추진
매일일보 = 김연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과거는 직시하고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과거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며 한일관계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 야권의 파상공세가 계속되고, 시민단체의 반발도 거세지자 이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21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12회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한일관계는 한 쪽이 더 얻으면 다른 쪽이 그만큼 더 잃는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라며 "한일관계는 함께 노력해 함께 더 많이 얻는 윈-윈 관계가 될 수 있으며, 또 반드시 그렇게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6~17일 이틀간 일본 방문해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윤 대통령은 화해치유재단 해체,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화이트리스트 배제,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지소미아 종료·보류 등 그동안 한일관계가 악화 일로를 걸어왔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작년 5월 대통령 취임 이후, 존재 자체마저 불투명해져 버린 한일관계의 정상화 방안을 고민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미·중 전략경쟁, 글로벌 공급망의 위기, 북한 핵 위협의 고도화 등 복합위기 속 한일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한일 관계 악화 책임을 문재인 전 정권에 돌렸다. 윤 대통령은 "전임 정부는 수렁에 빠진 한일관계를 그대로 방치했다. 그 여파로 양국 국민과 재일 동포들이 피해를 입고, 양국의 안보와 경제는 깊은 반목에 빠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독일과 프랑스의 역사적 사례를 언급하며 "독일과 프랑스도 양차 세계대전을 통해 수많은 인명을 희생시키면서 적으로 맞서다 전후 전격적으로 화해했고, 이제는 유럽에서 가장 가깝게 협력하는 이웃"이라며 "한일 관계도 이제 과거를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일관계를 친구 관계로 비유하며 "친구 관계에서 서먹서먹한 일이 생기더라도 관계를 단절하지 않고 계속 만나 소통하고 이야기하면 오해가 풀리고 관계가 복원되듯이 한일관계도 마찬가지"라며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1965년 박정희 대통령의 한일 국교 정상화 추진,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총리와의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선언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역대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분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합당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며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분들과 유족들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 "우리 사회에는 배타적 민족주의와 반일을 외치면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이 엄연히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굴욕 외교'. '빈손 외교'라며 한일정상회담의 성과를 평가절하고 있는 야당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반면 민주당은 "신(新) 을사조약에 버금가는 대일 굴욕외교를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며 한일 정상회담을 둘러싼 논란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 추진을 본격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강제동원 해법인 제3자 변제안 △독도 영유권 △'위안부' 합의안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문제 등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익은 물론 국민 뜻에 역행하는 굴욕외교를 추진하고 이를 성과라고 자화자찬하는 모습까지 정말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일 정상회담의 전반에 대해 낱낱이 진상을 규명하고 굴욕 외교를 바로잡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