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얕은 역사 지식, 치우친 인식, 국정 둔감으로 일 그르쳐"
"일본, 진실 호도 역사 인식…감춰진 오만 쓰나미처럼 쏟아내"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 내 대표적 '일본통'인 이낙연 전 대표가 이번 한·일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양국 정부의 기대와 달리, 양국 관계의 취약성과 양국 정부의 한계를 드러내며 새로운 위기를 조성했다"고 혹평했다.
이 전 대표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일관계가 회오리를 일으켰다. 양측의 잘못된 자세가 합작한 참사"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우리 정부와 일본 모두를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한국 측은 일제강점기의 강제징용 문제를 너무 쉽게, 그것도 일방적으로 타결하려 했다"며 "그러다가 개인의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는 역대 정부의 입장, 일본 가해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보편적 원칙을 한꺼번에 뒤집었다. 다른 문제로도 민감한 뒤탈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우리 정부가 "역사에 대한 얕은 지식과 치우친 인식, 국정에 대한 둔감과 속단으로 일을 그르쳤다"고 덧붙였다.
또 일본에 대해서는 "마치 절호의 기회라도 얻었다는 듯이, 그들이 하고 싶었던 모든 말을 꺼내며 한국을 전방위로 압박했다"며 "독도, 후쿠시마 수산물처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마땅한 문제까지 거침없이 들이밀었다. 정상회담을 준비했을 외상은 강제 동원의 강제성을 내놓고 부정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마루야마 담화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도 계승한 것이 아니라 폐기했다"며 "진실을 호도하는 자기중심적 역사 인식, 한국에 대한 감춰진 오만을 쓰나미처럼 쏟아냈다. 그에 한국 측이 어떻게 대응했는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한국 국내의 혼란과 국민의 분노가 더 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21일) 국무회의에서 한일관계 정상화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독일과 프랑스의 예를 든 것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이 전 대표는 "독일과 일본은 똑같이 2차 대전의 전범국, 패전국이고 가해자였다. 유럽에서는 가해자 독일이 분단됐으나, 아시아에서는 가해자 일본이 아니라 피해자 한반도가 분단됐다"며 "독일은 가해의 역사를 지금까지도 반성하고 사과하지만, 일본은 다르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이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했다고 말한 점에 대해서도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상호적이었지만, 이번에는 일방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일은 저질러졌다. 한일 양국은 사태를 직시하며, 수습의 지혜를 내기 바란다.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이대로 가기는 어렵다"며 "미국도 한일 양국이 역사에서 기인한 갈등을 가장 바람직하게 해결하며 진정한 선린으로 협력을 강화해 가기를 바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또한 "한일관계는 개선해야 한다. 다만 민족정기와 보편적 정의, 삼권분립과 역대 정부의 입장도 살리면서 한일관계를 개선하도록 끝까지 노력했어야 했다"며 "윤 대통령은 귀국 후 국무회의에서 한일관계 개선의 당위성을 길게 말했지만, 그 방법의 잘잘못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우회했다. 국민의 당혹과 분노는 한일관계 개선 때문이 아니라, 그 방법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