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3곳 중 1곳 '자본잠식'…난립 허용한 정부가 출혈경쟁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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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사 3곳 중 1곳 '자본잠식'…난립 허용한 정부가 출혈경쟁 키워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3.03.3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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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업계 적자폭 커지며 재무구조 악화 '발등에 불'
업체수 4년 새 '2배' 폭증...진입장벽 낮춘 당국 책임론도
자산운용업계가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적자폭이 커지며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회사가 속출하는 등 재무구조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산운용업계가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적자폭이 커지며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회사가 속출하는 등 재무구조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재무구조 악화가 심화되고 있다. 금리 인상과 증시 부진 등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실적이 곤두박질 치면서다. 특히 자산운용사 3곳 중 1곳은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이 잠식된 상태에 있는 자산운용사에 돈을 맡겼다가는 수익이나 원금보장면에서 재무구조가 건실한 운용사에 비해 훨씬 불리할 수 있어 거래에 주의가 필요하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가 굴리는 자산 규모는 1398조원까지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운용사의 펀드수탁고·투자일임계약고 등 운용자산은 1397조9000억원으로 전년도 말 1322조2000억원 대비 75조7000원(5.7%) 늘어났다. 문제는 운용 자산은 늘었지만 적자 비중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운용사 433개사 중 절반에 달하는 217개사가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카카오뱅크 지분 처분 이익을 제외하면 지난해 당기순이익 규모는 5794억원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1조1850억원으로 전년(2조4533억원) 대비 1조2683억원(51.7%)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수수료 수익과 증권투자 이익이 급감한 탓이다. 지난해 영업수익은 전년보다 14% 감소한 4조7999억원을 기록했다. 수수료수익은 전년보다 9.1% 감소한 4조455억원을 기록했고 고유재산 운용으로 얻은 증권투자손익은 130억원으로 같은 기간 무려 6777억원(98.1%) 급감했다. 반면 지난해 영업비용은 3조6149억원으로 판매비와 관리비, 증권투자손실이 증가함에 따라 전년보다 4854억원(15.5%) 늘었다.
자본잠식 회사 비율도 2021년 17%에서 지난해 30.0%로 크게 늘었다는 점도 문데다. 자본잠식이란 자기자본이 자본금보다도 적은 상태로 회사의 적자폭이 커져 잉여금이 바닥나고 납입자본금을 까먹기 시작하는 것을 말한다.  업계에선 정부가 시장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자산운용사 난립을 허용한 것이 지금의 자금난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지난 2015년 말 금융당국은 전문사모집합투자업자 등록 기준을 완화하면서 자산운용사 설립 문턱을 낮췄다. 이에 따라 많은 회사들이 우후죽순 늘어났지만 수익수는 도리어 악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당수는 여전히 시장에서 고전하며 여전히 ‘자리 찾기’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의 규모는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많은 운용사들이 경쟁하고 있다"며 "운용사별로 특화된 분야가 분명치 않기 때문에 운용사 숫자가 늘어날수록 경쟁의 치열함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에서 인가 받은 자산운용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433곳인데 1년 새 85곳이나 더 늘었다. 2018년 말 자산운용사 수가 215곳 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4년 새 두 배가 넘게 늘어난 셈이다. 기존 운용사들도 치열한 경쟁으로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쟁자만 늘어난 상황이 된 격이다. 시장은 위축되고 경쟁만 치열해지고 있어 자금난을 겪고 있는 운용사들은 매각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펀드시장 활성화로 자금이 유입되지 않으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증·감자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은 일부 운용사들은 계속해서 영업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운용사가 파산해도 투자자들이 원금을 손해보지는 않겠지만 투자에 차질이 생기는 것도 간과할 수는 없는 문제"라며 "개별 운용사의 존폐 여부를 떠나 자산운용업계 전체의 입장에서 운용사별 협조와 합병 등을 통한 시너지 창출 방안을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당국은 사후 규제와 감시에만 치중하고 있다. 금감원 측은 “지난해 자산운용사의 운용자산은 증가했으나, 성과보수 등 수수료 수익, 증권투자손익 등 손익 현황은 금리인상 등에 따른 금융시장 불확실성 증대로 인해 크게 악화됐다”며 “일반사모운용사 중심으로 적자회사 비율이 대폭 상승하고, 자본잠식 회사 비율도 크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금리 인상 및 국제 정세 등 시장 변동성에 대비하여 운용사별 재무 및 손익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펀드 자금유출입 동향 및 잠재 리스크 요인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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