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글로벌 악재와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현상이 지속하자, 산업계가 향후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계는 인건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시장 경쟁에서 도태될 위기에 직면해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해외사 규제와 중국의 급부상으로 반도체를 비롯한 국내 주력 기술 관련 기업들의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369개사 응답)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4월 BSI 전망치는 93.0을 기록하며 13개월 연속 기준선 100 이하에 머물고 있다.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통신장비가 7개월 연속 부진한 것은 2020년 11월(92.0) 이후 2년 5개월(29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정치권은 반도체·디스플레이·차세대전지 등 국내 3대 주력 기술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며 대대적인 지원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6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해당 분야의 미래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3대 주력기술 초격차 R&D전략’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정부는 초격차 기술 확보와 신시장 창출을 위해 2027년까지 5년간 총 160조원 규모의 민‧관 R&D 자금을 투자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반도체·이차전지·백신·디스플레이·수소·전기차·자율주행차 등 국가전략산업의 설비투자 시 세액공제율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액공제율은 현행 8%에서 대기업은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확대된다. 글로벌 반도체 및 배터리 시장에서 부진 중인 삼성과 SK 등 대기업은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중소기업 또한 혜택을 받을 전망이지만, 업계는 실질적 대안은 아니라며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항암제 기업 M사 관계자는 “반도체와 운송수단, 백신 등은 대기업의 주력 품목이다. 연구, 생산, 유통이 모두 가능한 기업에게나 호재”라고 지적했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총수출에서 반도체, 선박, 자동차, 일반기계, 석유화학, 철강, 디스플레이 등 주력 10개 수출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70%가 넘는다. 이중 중소기업 수출의 경우 주력 10개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32.6%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사업 분야는 대기업에 비해 다품종, 다변화돼 업계에 대한 맞춤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대기업이 수출 실적을 견인하고 있지만, 국내 인구 10명 중 8명이 중소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만큼 내수 활성화를 위해 중소기업계에 대한 맞춤 대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중소기업의 수는 728만 6000개로 전체 기업 중 99.9%에 이르며 전체 기업 종사자 81.3%는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의료 미충족 수요를 해소할 수 있는 혁신 기술 또한 빛을 보기도 전에 경쟁력을 소실할 위험에 처해 있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에 따르면, 국내에서 개발 중인 혁신신약 1650종 중소·벤처·연구소(83%)가 유효~후보 혁신신약 개발을 주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불경기가 지속되며 기업 투자 시장이 위축돼 임상 시험과 기술의 사업화가 어려운 상태다.
M사 관계자는 “생산 공장을 짓더라도 일하겠다는 중소기업에 직원은 없고, 생산비용은 올라 적자가 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일본과 미국에선 국가 주도의 신약개발 산업이 한창인데, 정작 국내는 갈수록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