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개社 순이익 18% 줄어...부실사태 후 첫 뒷걸음
상위 5개 저축은행 수익 악화 뚜렷...연체율도 '쑥'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지난해 고금리 직격탄을 맞은 저축은행들의 순이익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저축은행 부실사태와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2015년부터 성장세가 이어졌던 저축은행 순이익이 8년만에 처음으로 뒷걸음질 친 거다.
대출이자 상승 등의 이유로 차주들의 연체율이 상승했고 지난해 급격하게 예대마진 축소됨에 따라 영업 여건이 악화된 영향으로 보인다. 5대 저축은행들은 대손충당금을 급격하게 늘리며 위험 대비에 나서고 있다.
6일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전국 79곳 저축은행의 지난해말 당기순이익은 1조5963억원으로 2021년 1조9511억원 대비 18.18% 감소했다.
저축은행 사태가 벌어진 2011년과 이듬해인 2012년에 수천억대의 순손실을 이후 회복세를 보인 순이익 규모는 2017년 1조원을 넘었다. 2021년말에는 2조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저축은행 순이익 급감은 지난해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예대마진이 크게 축소된 탓이다.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제한된 상황도 뼈 아팠다. 대출금리는 벽에 막혔는데 예금금리는 올라갔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시중은행들의 예금 금리가 5%대를 넘기자 저축은행들도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예금 금리를 6%대까지 끌어올렸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조달 비용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도 작용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조달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순이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시장 점유율이 높은 상위 5개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의 순이익 급감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상위 5개 저축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합계는 6952억원으로, 전년 8764억원보다 20.68% 감소했다. 주요 저축은행의 수익성이 악화한 건 저축은행 사태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특히 상위 5개 저축은행은 2015년 흑자 전환한 후 7년 동안 성장세를 지속해 왔다.
지난해 금리 상승에 따라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경기가 악화돼 상위 5개 저축은행의 대출 연체가 늘어난 것도 순익 감소에 영향을 줬다. 저축은행의 자산 건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NPL)과 연체율 등이 지난 4분기에 악화된 모습을 보였다. NPL은 대출채권중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의 비율을 뜻하는 용어다.
연체율은 상위 5개 저축은행 모두 악화됐다. SBI저축은행은 1.39%에서 2.03%로 0.64%포인트, OK저축은행은 3.88%에서 4.93%로 1%포인트 넘게 뛰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연체율은 2.28%에서 2.77%로, 웰컴저축은행은 2.61%에서 3.22%로 상승했다. 페퍼저축은행 연체율 또한 2.34%에서 4.12%로 1.78%포인트 높아졌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근 경기 악화로 차주들의 연체율이 급증했고 연체율이 급증하면서 건전성 관리를 위해 지난해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은 것이 당기순이익 감소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경기상황이 계속 악화하고 있는데 법정 최고금리 규제는 여전해서 신규대출을 적극적으로 취할 수도 없는 분위기"라며 "올해 상반기까지 성장세는 계속 둔화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