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영업정지 사태 흐름 유사...뱅크런 우려까지
연체율 증가 속 부동산 침체에 상위社도 '부실리스크'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2011년 부실사태 홍역을 치뤘던 저축은행들이 또 다시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출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가 확대될 수 있다는 불안감까지 고조되며 금융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위기감이 커지는 건 저축은행 업계에 트라우마가 있어서다. 2011년 당시 부산저축은행 등 7개 저축은행이 잇따라 영업정지를 받으며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졌던 이른바 ‘저축은행 사태’가 다시 회자되고 있는 것도 당시의 충격이 컸기 때문이다.
당시 금융당국이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이유는 이들 저축은행이 정상적 영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경영상태가 악화됐었기 때문이었다. 그때도 저축은행 사태의 주된 원인이 부동산 PF였다. 2011년 이전에 공격적인 부동산 PF 투자가 단행됐는데,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부실채권 리스크를 저축은행이 떠안게 됐다. 이 같은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저축은행을 믿지 못하는 고객들이 무더기 예금 인출을 단행하는 뱅크런이 발생했고, 이를 견디지 못한 저축은행이 연쇄적으로 도산했었다.
저축은행 사태가 발발한지 10년이 지난 지금 부동산 관련 대출을 크게 늘린 대형 저축은행의 잠재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저축은행 등 자산규모 상위 5대 저축은행의 부동산 업종별 신용공여(부동산PF대출, 건설업, 부동산업)액은 총 10조7759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5,746억원)보다 42.2%(3조2,013억원) 늘었다.
한국은행이 3월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경우 아파트 외 사업자대출비중이 80%가 넘고 고위험사업장 대출 비중은 30%로 증권(24.2%), 보험(17.4%)보다 높아 상대적으로 부동산 경기 악화에 특히 취약하다는 평가다.
부동산 관련 대출을 주축으로 한 기업 대출 확대 전략은 수익 확대로 이어졌지만 최근 원자재 값 상승과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국면으로 진입하면서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일부 저축은행들을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과 부실 가능성이 높은 ‘요주의 여신’ 증가도 나타났다.
5대 저축은행의 지난해 부동산 관련 대출 연체율 평균은 1.9%로 전년 동기(0.98%)보다 0.92%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사별로는 OK저축은행의 부동산 관련 대출 연체율이 4.87%로 전년 동기(1.63%)보다 3.24%p나 상승했다. 한국투자저축은행도 1.97%로 0.98%p 올랐다. 웰컴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은 각각 1.04%, 1.06%로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며 SBI저축은행은 오히려 소폭 감소한 0.59%의 연체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이들 저축은행의 요주의 여신은 3조4,884억원에서 2조3,196억원으로 50.4%(1조1,688억원) 늘었다. 요주의여신은 연체기간이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인 대출금으로 고정이하여신보다는 등급이 높지만 향후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주의를 요하는 대출이다.
그렇다고 저축은행 입장에서 부동산 PF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과거 사례로 저축은행도 사업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주요 사업 포트폴리오 중 하나로 삼고 있다. 저축은행이 리스크가 큰 부동산 PF에 관심을 보이고 관련 포트폴리오를 늘려온 건 위험성 만큼이나 수익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자산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고 부동산 PF 비중이 클 경우 경영유의나 개선요구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 강화를 주문하기도 한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PF 사업장 300~500곳에 대해 '중요관리대상 사업장'으로 지정해 점검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300~500개 사업장은 부실이 우려된다기보다 좀 더 세밀한 관리를 통해 시스템적인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방식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저축은행 업계는 부동산 관련 대출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부동산 관련 대출 총액은 2022년 말 35조8023억원으로 전년 말(28조5558억원) 대비 25% 늘어났다. 기존에는 부동산 관련 대출을 분기마다 3조원 이상 늘려왔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분기마다 3000억~5000억원 늘리는 데 그쳤다.
부동산 PF에 대한 우려가 지속하자 저축은행 업계는 최근 부동산 PF 대출 관련 자율협약도 시행했다. 특히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충당금 적립률이 타 금융 업권 대비 높은 편이라 현재로서는 크게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