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硏 “원화 10% 절상마다 수출 5% 감소...경상흑자 축소책 필요”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한국에 조만간 통화가치 절상과 경상수지 흑자가 동시에 계속되는 ‘일본형 불황’이 닥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엔고현상의 장기화로 제조업이 본국을 떠나버린 일본경제를 답습한단 얘기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수석연구위원과 이창선 연구위원 등 연구진은 5일 ‘빨라진 원화강세 한국경제 위협한다’란 보고서에서 “현재 한국의 상황은 1980년대 후반 일본과 유사하다”며 “일본과 같은 장기저성장의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일본형 불황이란 경상수지와 환율의 자동 안정화 기능이 고장난 상태다. 경제학에선 경상흑자로 환율이 떨어지면(원화절상) 수입이 늘고 수출이 줄며 수지가 악화되고 이후 원화절하가 온다. 즉, 원화절상과 경상흑자는 장기적으로 양립이 불가능하다.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일본에선 이 두 현상이 동시에 벌어졌다. 일본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국제유가가 장기 안정화되며 수입증가율이 수출증가율을 따라잡지 못해서다. 그 사이 엔고현상으로 일본의 수출경쟁력은 급감하기 시작했다. 수출이 줄었지만, 수입은 더 줄어들며 엔화가치는 떨어질 줄 몰랐다.
이에 일본기업들이 TV, 자동차 등 주력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면서 자연스레 일본 국내 투자, 고용, 생산이 모두 위축됐다. 결국 이는 일본은 1990년대 이후 장기 저성장의 원인이 됐다.연구진은 “현재 한국의 상황도 이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원화가치가 절상돼도 한국의 수입이 크게 늘지 않는데다, 국제 원자재 가격의 하향 안정화 기조를 띄고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 역시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최근의 원화절상 추세는 한국의 실물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과거보다 더 클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적인 저성장에 한국 상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데다, 국내 수출기업도 재무상태가 악화로 환율변동을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연구진은 “추산 결과 금융위기 이후 원화가 10% 절상되면 수출이 5%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같은 조건에서도 섬유의복(8.5% 감소), 농축수산물(8.5% 감소) 등 뚜렷한 경쟁우위를 갖지 못한 산업에 충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이들은 원·달러 환율이 내년 초 1000원대 초반까지 하락할 수 있다며 정책 당국이 장기적인 경상흑자 축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적인 갈등을 가져오지 않는 선에서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거시건전성 규제를 강화하자는 것이다.연구진은 “중장기적으로 내수 부문의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빠른 원화절상을 막는 방안”이라며 “경상흑자가 과도하게 누적되는 것을 피하고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해 국내 투자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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