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이달 국내 경제단체 대표로 미국에 경제사절단 파견
경제사절단에 이재용·최태원 등 국내 4대 그룹 총수 참여 전망
2017년 4대 그룹 탈퇴 위기 맞았지만 최근 방일·방미 경제사절단 성과
매일일보 = 박효길 기자 | 방일에 이어 방미 경제사절단까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 대표 경제단체로서 위상 회복에 나섰다.
12일 대통령실과 업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이번 한미 경제사절단에서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 때보다 더 많은 기업을 선정해 초청할 방침이다.
이번 국빈 방미의 주요 의제 중 하나가 경제 안보인 점을 고려, 글로벌 공급망 협력과 첨단산업 관련 업체를 위주로 대상 기업을 추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윤 대통령 방미 기간 한미 양국 기업인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협력 기회를 모색하는 다양한 경제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전경련 카운터파트로 경제 행사를 준비 중인 미국 상공회의소가 인텔, IBM, 퀄컴, GM 등 주요 미국 기업들을 워싱턴DC로 대거 초청할 것으로 대통령실은 기대하고 있다.
특히 4대 그룹 총수 등 주요 인사들은 오는 2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최하는 백악관 국빈 만찬에도 참석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앞서 전경련은 한미 첨단산업 비즈니스 포럼, 첨단산업·에너지 분야 양해각서(MOU) 체결식, 한미 클러스터 라운드 테이블 등의 행사가 예정돼 있다고 공개한 바 있다.
전경련 산하 연구단체인 한국경제연구원은 반도체·전기차 등 한미 경제협력 10대 이슈 과제 제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10대 이슈는 △반도체지원법 보조금 신청 요건 완화 △전기차 보조금 중 최종생산지 요건 유예 △배터리 분야 합작법인을 통한 협력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 협력 △바이오 연구개발·제조에 한기업 참여 △국제 수소거래 활성화 및 민간 기술·투자 협력 △도심항공교통(UAM) 기술협력·국내 상용화 양국 기업 공동참여 △로보틱스 민간 기술교류 강화 및 정부 간 대화채널 정례화 △우주·항공산업 민간 협력 확대 및 미공군고등전술훈련기(ATT) 수주 지원 △부산엑스포 유치 협력이다.
앞서 전경련은 방일 일정에 게이단렌과 협력해 한·일 기업인과의 간담회를 주선했다. 게이단렌은 한국의 경제계와 꾸준하게 교류하고 있다. 지난 1982년 전경련과 양국 경제계 상호이해 증진과 친목 도모를 위해 ‘한일재계회의’를 출범해 매년 개최하고 있다.
전경련은 최근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상화된 한·일 관계를 기반으로 향후 한국경제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신산업 분야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양국 간 경제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전경련은 산업연구원에게 의뢰한 ‘신산업 분야 한·일 협력 증진 방안’ 보고서에서 한·일 협력이 유망한 신산업 분야로 △차세대 반도체 △전기차·배터리 △모빌리티 등을 제시했다.
먼저 반도체 산업 협력이 기대된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당면한 위기에서 벗어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능과 소재 측면에서 기존 반도체보다 진화된 차세대 반도체를 경쟁국보다 먼저 개발해야 하며, 이를 위해 일본과의 공고한 기술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번 보고서는 주장했다. 구체적인 협력방안으로 △양국 간 경쟁우위를 활용한 원천기술 등 공동개발 △한국 반도체 기업의 일본 내 연구개발(R&D) 시설 투자 △한국의 반도체 클러스터 내에 일본 첨단기업 유치 등을 제시했다.
다음은 전기차 산업이다. 이 보고서는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 급격히 이뤄지고 있어, 핵심부품인 배터리 분야에서 한·일 간 기술협력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 등 신흥 자동차 생산국은 내연기관차에서의 경쟁열위를 전기차를 통해 역전시키기 위해 배터리 산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유럽 등 완성차 강국들도 향후 2035∼2040년경 내연기관차의 생산을 축소 또는 중지를 목표로 배터리 육성정책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 소재부문의 대외의존도가 큰 배터리 산업의 특성상 일본과의 협력 효과가 클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제시한 한·일 협력이 유망한 세 번째 신산업 분야는 모빌리티 산업이다. 모빌리티 산업은 △자율주행 기술을 비롯해 △고정밀 지도 작성 기술 △배터리 기술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 플랫폼 △양자컴퓨터 기술 등 다양한 신기술이 필요하며, 그만큼 양국의 기술협력 기회가 다양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동 보고서는 설명했다.
그동안 전경련은 1961년 8월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일본 게이단렌을 모델로 창립한 이후 국내 대표 경제단체로서 입지가 공고했지만 최근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2015년 LG가 탈퇴하고, 이어 2017년 삼성, 현대차, SK까지 탈퇴하면서 국내 4대 그룹이 모두 탈퇴라는 위기를 맞았다. 2018년 3차 남북정상회담 수행원 명단에 전경련 임원들이 전원 제외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윤 대통령과 경제 5단체의 단체장과 회동에서 전경련이 포함되고, 방일에 이어 이번 방미까지 전경련이 큰 몫을 해내서면 예전의 대표 경제단체로서 위상 회복을 이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