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메리칸 파이'의 진짜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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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메리칸 파이'의 진짜 의미
  • 문장원 기자
  • 승인 2023.05.0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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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한미 정상회담 만찬 자리에서 나비넥타이를 맨 윤석열 대통령이 불러 화제가 된 돈 매클레인의 '아메리칸 파이'는 경쾌한 리듬과는 달리 노랫말은 어둡기 그지없다. '죽다'라는 영어 단어 'die'가 반복적으로 나오고, '거리에서 아이들이 비명을 질렀고, 연인들은 울었고, 시인들은 꿈을 꾸었지만,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라는 가사를 흥겹게 부른다. 1971년 10월 발매된 이 곡은 1960년생인 윤 대통령이 한창 감수성이 예민해지는 10대와 20대 시간을 함께하지 않았을까 싶다. 일각에서는 조 바이든이 장남 고(故) 보 바이든과 함께 매우 좋아했었던 노래로 알려져 의미를 더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가사는 더 난해하다. 음악이 죽던 날, 말라버린 강물, 분홍색 카네이션과 픽업트럭, 위스키와 호밀 위스키, 궁정 광대, 마르크스의 책을 읽는 레닌, 어둠 속 장송곡, 방황하는 세대, 사탄의 저주, 부서진 교회의 종 등 당시 1960년대 미국 사회에 대한 온갖 은유로 가득 차 있다. 수수께끼 같은 노랫말이지만 2017년 미국 의회도서관은 매년 영구 보존 대상으로 지정하는 음성기록 목록인 'National Recording Registry'에 지정했다. 그만큼 문화적, 역사적 및 예술적인 면에서 중요하다는 것이다.
난해한 은유로 가득 찬 노랫말의 정확한 의도는 2022년 50주년 기념 콘서트와 다큐멘터리<음악이 죽은 날: 돈 매클레인의 아메리칸 파이 이야기>에서 매클레인 본인이 직접 밝힌다. 매클레인에 따르면 이 곡의 원래 의도는 '반전(反戰)'이 중심이었다고 한다. 1971년 당시 미 전역이 암살, 반전 시위, 민권 행진으로 혼란에 빠지자 '미국에 대한 큰 노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 '반전' 메시지 노래를 직접 부른 윤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으로 한미 안보동맹이 핵 기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업그레이드됐다고 평가했다. '반전'과 '핵'은 어울릴 수 있을까. 핵 위협을 핵으로 막겠다는 발상이 과연 반전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윤 대통령이 말한 '압도적인 힘에 의한 평화'는 진짜 평화일까. 오히려 국민은 이 정부 들어 한반도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데 걱정이 많다. 북한도 한미 '워싱턴 선언'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고강도 도발을 예고하고 있다. 정말 모르겠다. 윤 대통령은 '아주 아주 오래전'으로 시작하는 이 노래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불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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