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빠르게 늘면서 대출 연체율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은행권의 대출 연체율은 2월 말 현재 0.36%로 올해 들어 두 달 연속급등하며 2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4월 25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2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 현황(잠정)’을 보면 2월말 현재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36%로 1월 말 0.31%보다 0.05%포인트 상승했고 전년 동월말 0.25% 대비 0.11%포인트 상승했다. 2020년 8월 0.38% 이후 가장 높은 연체율이다.
우선 가계대출 연체율은 2월말 현재 0.32%로 전월 말 0.28% 대비 0.04%포인트 상승했고, 전년 동월 말 0.19% 대비 0.13%포인트 상승했다. 이 중에서도 담보가 없어 금융권이 손실을 그대로 떠안아야 하는 가계 신용대출 연체율이 0.64%로 전월 말 0.55% 대비 0.09%포인트 상승했고, 전년 동월 말 0.37% 대비 0.27%포인트 상승했다. 2월 말 현재 기업 대출 연체율도 0.39%로 전월 말 0.34% 대비 0.05%포인트 상승했고 전년 동월 말 0.30% 대비 0.09%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자금력이 달리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연체가 늘고 있는데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47%로 전월말 0.39% 대비 0.08%포인트 상승했고, 전년 동월 말 0.32% 대비 0.15%포인트 상승했다. 중소법인(0.52%)과 개인사업자(0.39%)의 연체도 크게 늘고 있다. 고금리 상황이 계속되면서 중·저신용자들의 급전 창구인 카드론의 연체율이 지속적인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고 후불결제(BNPL) 연체율도 1년 사이 급증했다. ‘연체 늪’에 빠진 건 은행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신용도가 낮은 고객이 상대적으로 많은 제2금융권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카드 업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8개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하나·우리·BC)의 연체액은 전년 대비 32.3% 급증한 1조 9,472억 원으로 늘어났다. 특히 금리 인상 및 상환 여력 악화 속 1개월 미만 연체액은 2021년 말 2,004억 원에서 2022년 말 3,383억 원으로 68.9% 급증했다.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 연체액은 같은 기간 43.4% 늘어나는 등 차주의 단기 상환 능력이 빠르게 악화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주요 카드사 연체율은 지난 3월 말 일제히 1%를 넘어섰다. 지난 4월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 등 5개 카드사의 연체율이 올해 1분기(1∼3월)에도 증가 추세를 보였다. 삼성카드의 연체율은 1.10%를 기록하며 지난해 4분기까지는 0.86%로 양호한 흐름을 보였지만 3개월 만에 0.24%포인트 상승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1분기(1.0%) 이후 2년 만에 1%를 넘었다. 신한카드도 1.37%로 2022년 4분기(1.04%)보다 0.33%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우리카드도 1.21%에서 1.35%, KB국민카드도 0.92%에서 1.19%, 하나카드도 0.98%에서 1.14%로 증가했다. 특히 고금리 카드론 연체가 쌓이면서 연체 기간이 3개월이 넘는 잠재적 부실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서민금융 일선에 있는 저축은행의 연체율도 지난해 말 이미 3.41%로 1년 전보다 1%포인트 가까이 뛰어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1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모두 5.1%로 잠정 집계됐다. 연체율은 지난해 말 3.41% 대비 1.69%포인트,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지난해 말 4.04% 대비 1.06%포인트 올랐다. 연체율은 1개월 이상 원리금이 연체된 대출 채권이 전체 대출 채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채권 등의 비중을 의미한다. 통상 연체율이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보다 높게 나와야 하는데 두 지표가 같게 나온 데 대해 매우 이례적이지만 추세적으로 증가세를 보이는 것만은 분명하다. 저축은행 업계 연체율이 5%대로 올라선 건 지난 2016년 말 이후 처음이다. 부실채권 비율도 지난 2018년 말(5.05%) 이후 약 4년 만에 5%대를 넘겼다. 다행히 저축은행의 손실 흡수능력과 유동성 위기 대응 능력은 규제 요건을 웃돈다. 1분기 저축은행 업계 위험자본대비자기자본비율(BIS비율)은 13.6%로 금융당국의 권고 비율인 11%보다 높다. 만기 3개월 이내인 예금 부채 대비 이를 충당할 수 있는 유동자산 비율인 유동성비율도 241.4%로 100%를 훌쩍 넘겼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