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 설계기준 적용 절반 불과…적정 공사비 책정률 향상 박차
매일일보 = 오정환 기자 | 충남도 내 시·군에서 발주하는 소규모 건설공사 절반 이상이 적정 공사비를 지키지 않으며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도 감사위원회는 도내 15개 시·군이 지난해 하반기(7∼12월) 발주한 5000만 원 이하 1731건을 추려 적정 공사비 등 ‘소규모 건설공사 설계기준’ 적용 실태를 최근 점검했다.
도가 전국 최초로 만들어 전국으로 확산된 소규모 건설공사 설계기준은 도 사업 부서와 시·군이 품셈·공사비를 산정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지침서로, △소규모 공사 설계 요령 △공종별 단가 산출서 등이 담겨있다.
서천이 74.6%로 가장 높고, △청양 71.8% △금산 61.6% △천안 60.3% △보령 59% 등으로 뒤를 이었으며, △부여 14.5% △당진 21.9% △예산 35.8%로 하위 1∼3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소규모 건설공사 설계기준 적용률이 저조한 것은 시·군 담당자가 기준 자체를 모르거나, 공직 경력이 짧아 업무가 미숙하고, 예산에 공사비를 짜 맞추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지난 3월 예산군 등 5개 시·군 실무 공무원 24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규모 건설공사 설계기준을 알지 못하는 비율이 19%로 나타났다.
경력 5년 미만 공무원은 47%에 달했으며, 자체 설계와 합동설계 미 경험 사례는 52.5%와 42%로 조사됐다.
한편 도내 산재 사망 사고는 소규모 건설공사 현장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했다.
2019년 67명 중 35명(52.2%), 2020년 53명 중 27명(50.9%), 2021년 56명 중 22명(39.3%) 등이다.
2021년 기준 공사 규모별 산재 사망자 수는 △2000만 원 미만 1명 △2000만 원∼1억 원 미만 4명 △1∼50억 원 미만 11명 △50∼120억 원 미만 3명 △120∼500억 원 미만 1명 △500억 원 이상 2명 등으로, 중대재해처벌법에 해당되지 않는 50억 원 미만이 72.7%를 차지했다.
지난해 5월 A군에서 발주한 1억원 미만 생활환경 개선공사에서는 근로자가 호안블록 고인 물 속으로 추락, 익사 상태로 발견됐다.
같은 해 2월 B시에서 발주한 토목공사에서는 건설기계 운전자가 정비하던 굴삭기의 갑작스러운 작동으로 몸이 동체에 끼며 사망한 사고도 있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지난해 발간한 ‘지방자치단체 발주 건설 사업의 적정 공사비 확보 방안’ 보고서를 통해 “우리 건설산업 내 계속된 화두인 품질·안전 향상과 산업 육성은 적정 공사비 확보에서부터 시작한다”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에 따라 도 감사위원회는 앞으로 시·군에 적정 공사비 적용을 권고하고, 담당 공무원에 대한 예정가격 작성 방법 및 소규모 건설공사 설계기준 적용 필요성 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또 건설업계와 협업해 과소설계, 안전관리 비용 축소 또는 미 반영 등의 문제점을 찾고, 발견 시 감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감사 시에는 문책 대상자를 관리·감독자로 상향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도 관계자는 “소규모 공사장에서 소중한 생명을 빼앗기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라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건설공사가 50억 원 이상에서 내년 1월 27일 모든 공사로 확대, 자치단체장도 처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