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 수익성 나빠지는데…국회서 잠자는 숙원사업 법안에 발만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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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 수익성 나빠지는데…국회서 잠자는 숙원사업 법안에 발만 동동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3.05.21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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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청구간소화 14년만에 첫 발 뗏지만 의료계 반발
의료정보 개방·지급결제 허용 등 논의도 사방에 막혀
보험업계 숙원사업 해결을 위한 법안들이 국회에서 줄줄이 계류 중이다. 사진은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원회 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보험업계 숙원사업 해결을 위한 법안들이 국회에서 줄줄이 계류 중이다. 사진은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원회 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보험업계가 잠자는 법안들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4년 동안 국회에서 계류하고 있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첫발을 뗏지만, 의료계의 반발이 여전래 최종적으로 국회 문턱을 넘기까진 시간이 걸릴 거로 보인다.

이 외에도 의료데이터 공유, 요양산업 활성화, 펫보험 등은 복지부와 의료계 등 사방에 가로막혀 여전히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금융권 경쟁 촉진 방안 중 하나로 내세운 지급결제 허용도 한국은행의 반대에 부딪혀 가능성이 묘연하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관련법안소위를 통과한건 14년만의 일이다. 실손보험은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릴 만큼 가입자가 많지만 보험금 청구 과정이 복잡해 소액에 대한 청구 건이 누락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청구를 포기한 실손보험 금액만 7410억원이다”고 밝혔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가입자 대신 의료기관이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보험사에 제공하도록 규정한 내용이 핵심이다. 이에 따르면 가입자는 병원에서 진료받은 뒤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받아 보험사에 제출할 필요가 없어진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2009년 국회에 올랐지만 의료계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보험업계는 모든게 디지털화 된 지금 시점에서 보험금 청구 서류를 일일이 발급받아 따로 또 전송하는 불편한 시스템이 지속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4000만명의 국민들이 실손보험 가입자라는 점을 감안해 보다 편리하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국회 문턱을 넘기는 녹록치 않아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 청구 간소화가 14년 만에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지만 아직 본회의에 상정될 때 까지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과정 등을 거쳐야 한다”며 “국민과 보험소비자의 편익을 위해 법 통과에 힘을 모아야 하지만 의료계 반대가 심한 상황에서 얼마나 진전이 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도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지연 문제 해결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여러번 밝혔다. 문제는 의료계의 반발이다. 개인 진료기록은 매우 민감한 건강정보인데 이를 함부로 민간 보험사에 넘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금번 법안이 결국 보험사의 지급거절 명분으로 악용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고, 환자 개인정보 보안을 담보할 수 없는 불완전한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중개기관으로 보험개발원을 지정하면 보험사가 의료기관에 축적된 환자 정보를 열어보고, 어떻게 해서든 꼬투리를 잡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향후 정무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여야가 의료계와 환자단체, 보험사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실손보험 간소화 입법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공공의료데이터 개방 문제도 답보 상태다. 이는 보험업계의 미래 사업과 관련된 부분으로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관리하는 공공의료데이터는 2017년 ‘보험사들이 공공의료데이터를 상업 목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 보험사의 데이터 활용이 제한됐다. 보험사들은 공공의료데이터를 활용하게 되면 다양한 상품 개발은 물론 ‘질병 및 상해의 진단, 치료, 처치과정에서 생성되는 정보’로 헬스케어 서비스 질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즉, 건보공단 공공의료데이터를 활용할 수 없는 보험사들은 보편적인 생활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도마 위에 오르는 보험사 헬스케어 다양성 부재 역시 이같은 배경에 기인한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보험·카드사의 지급결제 업무 허용’ 또한 한국은행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한은은 전 세계에서 엄격한 결제리스크 관리가 담보되지 않은 채 비은행권에 소액결제시스템 참가를 전면 허용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어 비은행권의 소액결제시스템 참가 시 고객이 체감하는 편의 증진 효과는 미미하지만 시스템 안전성은 큰 폭으로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보험업계 관계자 “금융위가 나서서 실손청구간소화, 공공데이터 등 해결에 나서도 의료계 반대로 인한 여야 합의가 어려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라며 “정부 공약도 사실상 소용이 없는 상황”이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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