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가을은 달리기 좋은 계절이다. 날씨도 좋거니와 달리는 동안 거리 위에 수 놓인 알록달록한 단풍들이 뛰는 이의 마음을 풍성하게 채운다.
주말이면 전국에서 10여 개 이상의 크고 작은 마라톤 대회가 열리고 있다. 그중에서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국내 메이저 대회는 추후 선수들의 국제 대회 참가를 위한 필수 코스다. 지난 3일, 국내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JTBC 서울마라톤 대회'가 서울 도심 일대에서 열렸다. 올해는 특히 3만 7천여 명이 참가하며 최다 인원이 달린 마라톤으로 기록되었다. 마라톤 선수들과 시민들이 달리는 모습은 가을의 정취와 함께 서울을 아름드리 수놓았다. 그러나 현재 한국 마라톤은 마냥 즐기기만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마라톤 금메달 보유국이자 1984년 LA 올림픽부터 2020 도쿄 올림픽까지 10회 연속 올림픽 마라톤에 꾸준히 참가하던 한국 마라톤이 정체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기록 경신이 없는 한 암담한 현실이 예상된다. 그렇기에 한국 마라톤의 정체를 깰 '영웅'이 절실한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에서 열리는 메이저 대회 결과에 한국 마라톤의 미래가 달려 있는 실정이다. 축하할 일은 이번 'JTBC 서울 마라톤'에서 2024년 한국 마라톤 최고 기록이 세워졌다. 국내 남자부 엘리트 부문에 박민호(25·코오롱) 선수가 2시간 13분 6초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박민호 선수는 선두그룹에서 달리다 다른 선수들이 뒤로 처지는 바람에 중반 이후 레이스부터는 외로운 독주를 펼쳐야 했다. 자신의 기록 단축을 위한 고독한 싸움이었다. 만약 선수들과 경쟁하며 레이스를 전개했더라면 더 좋은 기록을 남겼으리라.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코오롱 소속 마라톤팀은 기록 단축이 목표다. 하루라도 빨리 이봉주 선배의 2시간 7분 20초의 한국 신기록을 깨는 것이 목표"라며, "다음 국제 대회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겨루는 수준으로 기량을 끌어올려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