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주변과 단절된 채 외롭게 살다 홀로 임종하는 ‘고독사(孤獨死)’가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처음으로 실시한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독사 건수는 2017년 2,412건에서 2021년 3,378건으로 5년간 연평균 8.8%씩 늘어나 40%나 급증했다.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고독사 위험군’은 전체 1인 가구 717만 명 대비 21.3%나 되며, 전체 인구의 3%나 되는 152만 5,000명으로 추정됐다.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1명이 넘게 ‘고독사 위험군’인 셈이다.
이렇듯 ‘고독사 위험군’의 급증 추세에 따라 더욱 촘촘하고 두터운 ‘약자 복지’ 확대를 위해 ‘고독사 예방’ 등 새로운 복지 수요에 ‘적극적 대응 체계 마련’이 긴요해졌다. 우선 ‘고독사’에 대한 개념부터 명확히 정립해 볼 필요가 있다.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에 따르면 ‘고독사’란 가족, 친척 등 ①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②자살ㆍ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③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 반면,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서 정의한 ‘무연고 사망’은 시신을 인수할 연고자 존재 여부를 핵심으로 ①연고자가 없는 사망, ② 연고자를 알 수 없는 사망, ③ 연고자가 있으나 시신 인수를 거부·기피하는 사망을 의미한다. 가령 요양병원 치료·보호 중 사망 시 사회적 고립이 아니므로 고독사에는 해당하지 않으나, 시신 인수할 연고자가 없을 경우 무연고 사망에는 해당한다. 고독사 문제는 더는 강 건너 불구경에 머무를 일이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18일 고독사를 예방하고 관리할 정부 차원의 첫 기본계획인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023~2027년)’을 수립해 발표했다. 고독사 증가세는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이웃과의 단절이 늘어난 탓이 크다. 따라서 정부는 고립 가구를 찾아내 돌봄 정책 기반을 마련해야 했다. 복건복지부가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고독사 예방에 첫걸음을 뗀 건 의미가 크다. 목표는 2021년 기준 사망자 100명당 1.06명꼴인 고독사를 2027년까지 0.85명으로 20% 줄이겠다는 것이다. 내년부터 ‘사회적 고립 예방·지원센터’를 두고, 고위험군의 생애주기별 지원에 나선다고 한다. 그간 지자체별로 관련 사업을 진행했으나 여전히 편차가 컸다. 이제 중앙정부가 컨트롤타워가 돼서 고독사 위험에 놓인 이들을 파악하고 지원하는 촘촘한 그물을 짜야 한다. 눈에 띄는 대목은 중·장년층에서 고독사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남성이 84.2%로 여성에 비해 무려 5.3배 이상 많았고, 50∼60대가 58.6%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20∼30대도 6.5% 정도 발생했다. 고령층의 고독사 비율이 높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50~60대가 유달리 고독사가 많이 발생한 점은 실직·이혼 등으로 고립 상태에 빠진 중년 남성이 늘어난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무너지는 가부장제에 적응하지 못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된다. 노인 고독사가 많은 일본과 달리 한국에선 중·장년층 남성이 고독사 집중 관리 대상이 된 셈이다. 무엇보다도 고독사만이 아니라 사회적 고립까지 정책 대상이 확대된 범정부 차원의 대응 계획이 담겼다. 사회적 고립이 장기화하면 고독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고립에 빠진 위험군을 빠르게 사회와 재연결하는 게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고독사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수명은 길어졌지만, 혼자 살거나 공동체 붕괴로 사회와 연결되지 않는 개인이 많아진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고독사 위험군을 발굴하는 체계를 강화해 복지 사각지대를 줄일 계획이다. 지역 주민이나 부동산중개업소·식당 같은 지역밀착형 상점을 ‘고독사 예방 게이트키퍼(Gate keeper)’로 양성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주변의 사회적 고립가구가 조기 인지·발굴될 수 있도록 지역 주민을 ‘(가칭) 우리마을지킴이’로 양성한다. 다세대 주택·고시원 밀집 지역 등 고독사 취약 지역을 대상으로 위험군을 발굴 조사한다. 이렇게 찾아낸 위험군의 사회적 고립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사회와 연결을 시도한다. 고위험군인 5060 중장년의 재취업을 강화하고, 극단적 선택 비율이 높은 고립 청년의 정신건강검진 주기를 10년에서 2년으로 단축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