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보안 인프라 조성 지원·신속한 구제법 마련 및 정책 홍보 등 제언
매일일보 = 김원빈 기자 | 중소기업 간 기술탈취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기술탈취는 비단 대·중소기업 간 발생하는 것이 아닌, 중소기업 사이에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프트웨어 중소기업 종사자 A씨는 “통계상 집계된 것만 보면 기술침해 및 탈취 사례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라면서 “중소기업의 자금, 행정적 여유를 고려했을 때 기술 탈취 사례가 발생해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눈을 뜨고 코가 베이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중소벤처기업부가 작년 6월 발표한 ‘2022년 중소기업 기술보호 수준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국내에서 기술 혹은 경영상의 정보의 침해 피해를 경험했거나 이를 인지한 기업 수는 19개였다. 19개 기업은 모두 중소기업으로 분류됐다. 전체 발생 건수는 21건이었으며, 기업당 평균 발생 건수는 1.1건이었다.
기술 또는 경영상의 정보에 대한 침해 피해를 인지한 시기는 ‘6개월 이내’ 혹은 ‘6개월~1년 이내’인 경우가 42.1%로 가장 많았다. 중소기업의 재정적·행정적 여력을 고려했을 때, 피해 사실을 신고하고, 구제 받을 수 있는 행동을 취하기에는 이미 상당 부분 시간이 소요됐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구체적으로 납품, 수출, 계약 등 ‘거래관계’에서 기술 탈취가 이뤄지거나 별도의 관계가 없는 경우에 사건이 일어나는 경우가 42.1%로 가장 높았다. 단순 사업 제안 과정에서 이같은 침해가 이뤄지는 경우도 15.8%로 나타났다.
기술 혹은 경영상의 정보가 침해되는 종류와 유형도 다변화 돼 있었다.
침해된 기술 또는 경영상의 정보 중 ‘개발 및 판매 계획’이 52.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영업정보(고객정보, 거래처 정보 등)가 47.4%로 뒤를 이었다. 이외에 연구노트 및 데이터 등 정보(26.3%), 설계도면(21.1%), 시제품 및 관련 부품(21.1%), 아이디어 및 제안서(10.5%) 등의 탈취도 빈번하게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회사 내부 정보를 유출하는 주체로는 내부직원이 가장 많았다.
조사에 따르면, 기술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회사 내부직원이 유출한 경우는 68.4%로 높은 비율을 차지 했다. 이외에 제3자(외주업체, 외주용역, 협력업체 등)에 의한 유출( 21.1%), 해킹 등 네트워크 외부 침입(10.5%) 등이 뒤를 따랐다.
외부에서 기술 및 경영상 정보를 침해한 상대방도 같은 중소기업인 경우가 37.5%로 가장 많았다. 여기에 국내 중견기업과 대기업, 해외기업이 12.5%의 수준으로 같았다.
기술 및 경영상 정보 침해가 발생한 뒤 내·외부적으로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못했던 기업도 10% 이상이었다. 내부적으로는 PC·네트워크 서버 등 기술적 보안 강화(52.6%)를 가장 많이 시도했고, 정보를 유출한 대상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대응(36.8%)을 가장 많이 행했다.
중소기업계는 중소기업의 기술 및 경영상 정보 보호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사업과 함께 신속한 구제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기본적으로 네트워크 보안 등에 투자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굉장히 손쉬운 방법으로 기업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라면서 “사이버 보안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부 지원 사업이 더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규모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피해가 발생한 이후 이를 신속하게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보완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라며 “자신의 정보가 탈취당한 이유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몰라 시도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