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강자 대거 등장‧‘가성비 한 끼’ 수요 증가…4조원 규모 목전
식자재값 불안정‧인건비 상승에…‘위험요소 산재’ 몸값 협상 난항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최근 국내 버거업계에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고 있다.
맥도날드, 버거킹, 맘스터치에 이어 다운타우너까지 M&A시장에 이름을 올린 버거 브랜드가 늘고 있지만, 새 주인 찾기는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매각에서 난항을 겪는 상황과는 달리, 업계 분위기는 역대급 호황세를 타고 있는 모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버거시장은 신흥강자들의 적극적인 시장 진입과 수요 증가로 규모의 확대를 이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집계 결과, 국내 버거시장은 2013년 1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약 3조9875억원으로 9년 만에 2배가량 성장세를 보이며, 4조원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고기, 채소, 탄수화물 등을 고루 갖춘 한 끼 대체에 적합한 음식으로 최근 재평가 받고 있는 점도 호재다. 메인 메뉴와 사이드 메뉴, 음료까지 합해 1만원 내외 가격으로 구성돼있어, 외식 물가가 오르자 가성비 식사로 떠오르고 있는 추세다.
고든램지코리아의 ‘고든램지버거’, bhc그룹의 ‘슈퍼두퍼’ 등은 론칭 1년이 채 안돼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며 빠르게 사업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한화갤러리아의 ‘파이브가이즈’도 이르면 이달 내 오픈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31일 팝업스토어를 연 ‘인앤아웃버거’는 충분한 사전 공지가 이뤄지지 않은 이벤트성 개점임에도 불구, 수백명의 인파가 몰렸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는 버거 등 FC사업 회복세에 올 1분기 영업이익 17억원을 기록, 흑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26% 증가한 2191억원이다.
확대된 잠재 수요와 수익성에 M&A시장에서 매력적인 매물로 비춰질 것이란 기대가 나오지만 실상은 반대다. 매각자‧인수자 간 가격 협상 이견이 매각 최종 불발의 근본적 원인으로 꼽힌다. 지속 오르는 식자재 원가와 인건비 등도 매수자 입장에선 부담이다.
지난 4월 동원그룹의 한국맥도날드 인수 최종 불발건이 대표적 예다. 동원산업은 외식사업을 확대하고자 지난 1월 한국맥도날드 인수를 위한 예비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고, 실사를 진행해왔다. 한국맥도날드와 가격 협상을 벌여 왔으나, 결국 회사 간 기대 가격 차이를 좁히지 못하며 인수와 관련한 절차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맥도날드의 매각 추진은 2016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 글로벌 사모펀드 회사 칼라일이 매일유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를 추진하다가 가격 협상 과정에서 매일유업의 포기로 무산됐다.
누적된 적자도 걸림돌이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4.6% 늘어난 9950억원을 기록해 직영 매출이 1조원에 임박하며 외형을 키웠지만, 영업익 적자를 메꾸진 못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78억원, 당기순손실은 362억원에 머물렀다. 원재료 가격 및 금리 인상 등이 악재로 작용했단 분석이다.
맘스터치 역시 매각 진도가 더디다. 맘스터치는 지난해 10월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에서 도이치증권으로 매각주관사를 교체한 후, 연내 SPA(주식매매계약)를 목표로 매각작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현재 매각 논의를 잠정 중단했다.
버거킹의 현 소유주 어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지난해 버거킹 한일법인 매각주관사 골드만삭스를 통해 투자자인 영국계 투자회사 CVC캐피탈에게 투자설명서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금리인상 등의 여파로 M&A 시장이 얼어붙자 답보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햄버거 브랜드를 비롯해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를 인수하는 것은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큰 부담이 따른다”며 “엔데믹 이후 외식업계 분위기가 점차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요 식자재 원물의 국제 가격은 여전히 안정되지 않았고, 가맹업 특성상 인건비 상승에 따른 리스크가 치명적이라 잠재 수익성이 확보된 매물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