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여야가 6월 임시국회에서도 노란봉투법과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 등 쟁점 법안을 놓고 '거부권 정국'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의석수를 앞세운 더불어민주당이 법안 강행 처리를 예고하자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진행과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언급하면서 5월에 이어 여야 간 '강 대 강' 대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맡은 김영진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의 '파업 손해배상 책임 개별 산정' 판결과 관련해 "어제(15일) 판결 취지는 지난 1년여 국회에서 논의했었던 '노조법 2조, 3조 개정' 취지에 명확히 부합하고 현재 상황을 반영한 판결"이라며 "판결을 존중하고 같이 개정에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대법원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지회의 파업에 대해 불법으로 손해가 발생했을 때 노동자·노동조합 등 참여 주체 역할에 따라 다르게 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판결했다. 사실상 노동조합 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노란봉투법이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기업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민주당은 6월 임시국회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 3조 개정안)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법원 판결이 '사법부의 입법부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대법원은 노란봉투법을 판례로 뒷받침하며 국회의 쟁점 법안을 임의로 입법화하는 결과를 빚었다"며 "이는 법률적 판결보다 정치적 판결이며, 입법과 사법의 분리라는 헌법 원리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7일 민주당이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단독 처리한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 즉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도 여야 쟁점 법안 중 하나다. 이 개정안은 졸업 이후 취업 전까지 소득이 없을 때 발생하는 이자를 면제해 주는 것이 골자다. 현재 정부·여당은 이 법안을 놓고 적용 대상을 조정해 재논의할 것을 제안했지만, 야당은 정부·여당이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하기 위한 꼼수라며 맞서고 있다.  지난 3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 직회부된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등 이른바 '방송 3법 개정안'도 뇌관이다. 방송법 등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를 현행 9명 또는 11명에서 21명으로 늘리고 국회, 학회, 시청자위원회, 언론단체 추천을 받는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 변경을 골자로 한다. 여당은 친야 성향 학회와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이사직을 독점해 공영방송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여당은 야당이 쟁점 법안들에 대해 강행 처리할 경우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6월 국회에서도 '거부권 정국'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국민의힘은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와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민주당이 대법원 판결에 힘을 얻은 노란봉투법에 대해 속도전을 예고하고 있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에 이어 '세 번째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