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 전세사기가 나비효과로 작용하며 부동산시장에 큰 변화를 주고 있다. 아파트는 전세가 늘고 월세 비중이 줄어들었다. 반면 전세사기 직격탄을 맞은 빌라와 오피스텔은 전세 비중이 줄고 월세 비중이 늘면서 전세소멸을 앞당기고 있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12일까지 계약된 수도권 아파트 월세 비중은 40.4%(30만9518건 중 12만5067건)으로 지난 2022년 하반기 45.2% 대비 낮아졌다. 금리인상으로 전세수요가 월세로 유입되면서 월세가격은 오른 반면 전세가격은 2년 전 대비 내렸고 매매와 전세가격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추가하락 우려는 줄어든 상황이다. 여기에 기준금리가 동결되고 대출금리는 내려가면서 대출이자 부담이 줄어들자 월세로 갔던 임차인들 일부가 다시 전세로 돌아온 것이다. 이렇게 전세전환 비중이 늘어나자 수도권 아파트 월세는 약세가 되어 평균 수도권 환산보증금이 12.1%로 떨어졌다. 이에 반해 수도권 빌라 월세 비중은 작년 하반기 41%에서 올해 상반기 46.2%로 상승했다. 서울 구로구, 금천구, 중구, 고양시, 파주시, 인천 동구는 10%p 이상 높아졌다.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우려로 보증금을 떼일까 불안한 마음에 매월 내는 돈이 아깝지만 전세금 못 받는 것보다는 월세가 낫다는 판단에 월세로 수요이동을 하거나 상대적으로 전세사기 우려가 낮은 아파트 전세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시대흐름상 우리나라에만 있는 후진적으로 불안정한 전세보다 월세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문제는 빌라와 오피스텔 시장의 전세 약세가 두드러지고 심지어 아예 전세는 불안하다고 거부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사기가 아닌 선량한 정상적인 임대물건도 전세를 맞추지 못해 본의 아니게 역전세가 생겨 발을 동동 굴리는 임대인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전세사기 및 역 전세 현상이 1년 이상 더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임대차 3법으로 전세시장 왜곡되면서 이상 가격 급등이 2020년 하반기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렇듯 신용이 기반이 되는 전세에 대한 불신이 길어질수록 빌라나 주거용 오피스텔은 전세를 맞추지 못하거나 내려간 전세가격으로 수요를 찾지 못하면서 공급은 줄어들 수밖에 없어 아파트로 가는 주거사다리가 무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비싼 아파트로 가거나 부담스러운 월세로 갈 수밖에 없기에 서민들의 주거부담은 더 커질 것이다. 전세가율이 높은 빌라, 오피스텔이 문제가 아니라 전세사기범들이 문제다. 철저한 조사와 강한 처벌은 당연하고 제대로 된 예방대책을 마련해 전세사기를 걱정하지 않고 마음 놓고 전세계약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정부와 국회의 의무이자 책임이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