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태원특별법)' 신속처리대상(패스트트랙) 지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 처리를 예고하면서 6월 임시국회 막판 여야 간 '강 대 강' 충돌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등을 통해 야당의 강행 처리를 최대한 저지한다는 입장이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태원특별법을 당론 법안으로 채택하고 6월 임시국회 내 패스트트랙 지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지난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특별법을 상정한 후 법안심사제2소위원회로 회부했다. 국민의힘은 특별법의 취지와 피해자의 범위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특별법에는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구성을 비롯한 특별검사(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국회에 이를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특별법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기간 최대 180일, 본회의 심사 최대 60일을 거쳐 내년 4월 총선 직전까지 이태원 참사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노란봉투법 강행 처리도 시사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 파업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사측이 노동자에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앞서 지난달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 직회부 요구안이 처리된 바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상임위에서 본회의 직회부가 요구된 법안이 30일 이내에 부의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부의 여부를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로 결정해야 한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노란봉투법에 적극 찬성하는 만큼 30일 본회의에서 부의 후 처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노조와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를 구분해 손해 배상액을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판결도 야당의 노란봉투법 처리에 사실상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지난 15일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가 2010년 울산공장에서 진행한 파업에 참여한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불법 파업을 주도한 노조와 여기에 참여한 조합원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노조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 조합원 등의 손해배상 범위를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대법원 판단은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규정한 노란봉투법과 유사하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일방적 법안 처리에 맞서 필리버스터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법안 통과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지난달 노란봉투법의 환노위 통과 직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고, 가결·선포 행위 효력 정지 및 본회의 안건 상정 금지 가처분도 신청해 놓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국민의힘은 앞선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의 전철을 밟아 대통령 거부권 요청으로 대응할 전망이다. 다만 대통령의 연이은 법률안 거부권 행사로 국회 입법권을 무력화시켰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