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동의안 부결 위한 임시회 없다"
與 "실천만 남아…반드시 서약해야" 압박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소속 의원 전원 불체포특권 포기 요구와 관련해 당내 총의를 모으는 과정을 밟겠다며 사실상 수용 의사를 밝혔다. 혁신위 제1호 제안을 존중하면서도 헌법상 권리를 포기하는 것인 만큼 일정한 절차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양당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에 공동 서명하자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어 민주당의 최종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6일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불체포특권 관련 혁신위의 제안을 존중한다"며 "체포동의안 부결을 위한 임시회는 열지 않고 비회기 기간을 확보해 영장실질심사를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회기 중 체포동의안 요구가 올 경우 당론으로 부결을 정하지 않겠다"며 "불체포특권 포기에 대한 소속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권 수석대변인은 "체포 영장이 온 경우 비회기 때는 나가서 심사받겠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혁신위원회의 요청은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나가는 과정을 밟아나가겠다"고 부연했다.
불체포특권이 헌법상 권리고 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만큼 의원총회와 같은 공식적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보인다. 권 수석대변인은 "(불체포특권은) 의원 개개인의 권한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의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절차나 형식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3일 김은경 혁신위는 제1호 혁신 방안으로 소속 의원 167명 전원에게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 제출을 요구했다. '기득권 타파'라는 혁신 대원칙 위에 그동안 민주당이 큰 비판을 받아왔던 '방탄정당' 프레임을 극복하기 위한 제안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분위기다. 이재명 대표가 앞장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데다 당 차원에서 실천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있는 반면 검찰의 정치수사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방어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동시에 나온다.
이개호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에서 "현재 검찰의 무리한 야당 탄압을 놓고 볼 때 걱정되는 측면도 있다"면서도 "민주당이 방탄정당으로 비쳐서는 안 되기 때문에 불체포특권 포기가 당론으로 채택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현시점에서는 사법부를 신뢰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윤영찬 의원 역시 "많은 당내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경민 전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지금 별로 반응이 좋지 않다"며 "이 대표 혼자(포기) 하라는 분위기가 있는데 대표가 지금 얘기하고 혁신위가 얘기하니까 의원들이 말을 못 하는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포기 각서에 서명을 의원들이 선뜻하기가 어렵다"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 나와서 (돈봉투 관련 의원이) 20명이라는 숫자를 얘기하지 않았나. 이 사람들을 소환하겠다는 건데 이런 현실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일사불란하게 흘러갈 수는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단순 선언이 아닌 실천이 필요하다며 민주당을 거듭 압박하고 나섰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명일색이라는 비판을 받던 민주당 혁신위원회가 모처럼 국민 상식에 부합하는 제안을 당 지도부에 했다고 한다"며 "민주당 혁신위가 첫 과제로 제시한 불체포특권 포기조차 관철시키지 못한다면 그런 혁신위는 존재 가치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도 불체포특권포기를 선언했으니, 이제는 실천만 남았다"며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은 물론이고 무늬만 탈당한 김남국·윤관석·이성만 의원 등도 불체포특권에 반드시 서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