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록조차 없이 사라진 유령 아동 2236명, 출생신고 사각지대 없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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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록조차 없이 사라진 유령 아동 2236명, 출생신고 사각지대 없애야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승인 2023.06.2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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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매일일보  |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미신고’ 영아가 살해, 유기된 끔찍한 비극이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감사원이 조사한 2015∼2022년 국내에서 태어난 영유아 중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유령 아동’이 2,236명이나 되며, 이들 중 1%인 23명에 대한 표본조사에서, 최소 3명이 숨지고 1명은 유기된 사실이 드러났으며, 교육부가 ‘장기 미인정 결석 학생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유치원·초·중·특수학교 학생 6,871명 중 0.85%인 59명에게서 이상 징후가 발견돼 우리사회 아동학대 예방체계의 ‘구멍’이 다시 한번 여실히 드러났다. 정부는 전수조사에 나서고 국회는 뒤늦게 출생통보제 도입 등 입법 추진에 나섰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경기 수원에서 30대 친모가 지난 2018년 11월과 이듬해 11월, 잇따라 두 아이를 낳은 뒤 하루 만에 집과 병원 근처에서 아이들을 살해하고 냉장고에 유기한 사건이 드러난 데 이어 경기 화성에서도 20대 미혼모가 지난 2021년 12월 서울의 한 병원에서 아기를 출산한 뒤 유기한 사례가 추가로 확인됐다. 두 사건 모두 감사원이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고 생존 여부가 불투명한 영유아 23명을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해 행방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태어난 줄도 모르고 방치된 ‘유령 아동’들은 감사원이 올봄 보건복지부 정기 감사에서 찾아냈다. 2015∼2022년 예방접종 자료를 출생신고 기록과 비교한 결과 신고에서 빠진 영유아가 무려 2,236명이나 됐다. 그동안 대대적인 복지 사각지대 발굴 작업을 벌였다면서도 8년간 유령아이들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던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6월 22일엔 울산의 한 아파트 단지 종량제봉투에서도 아기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복건복지부는 출생신고가 안 된 아동을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이 조사가 이뤄지면 범죄 사례가 더 나올 수도 있다.
또한 교육부는 아동학대 정황은 없지만 도움이 필요한 위기 학생을 찾아 지원한 사례도 1,943건에 이른다고 한다. 아동학대를 의심한 59명의 이상 징후 사례 중, 20건에서 실제 학대 범죄 정황이 나타나 검경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전수조사를 실시해 범죄 혐의를 포착한 것은 천만다행이다. 이번 조사는 올해 2월 학교에 장기간 결석 중이던 인천 초등학생이 부모에게 학대당해 숨졌던 비극이 발생한 후 올해 3월 중 특별한 이유 없이 7일 이상 학교에 나오지 않은 경우로 한정해 실시했는데도 7,000명가량에 이르렀다. 위기 상황이 감지돼 교육·심리·복지 서비스를 연계한 사례가 1,943건, 이 중 심리·정서 지원이 1,475건에 달했다. 그동안 얼마나 방치돼 있었는지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귀한 생명을 제대로 보호하지도 못하고 지켜주지도 못하면서 출산율 걱정을 하고 있었다니 참으로 부끄럽고 미안하고 개탄스러울 뿐이다. 화성 사건의 피의자는 “형편이 어려워 인터넷을 통해 아이를 넘겼다.”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수원 유기 사건의 피의자도 처음에는 “인터넷을 통해 아이를 넘겼다.”라고 했으나 경찰이 압수수색으로 냉장고 속 시신을 찾아냈다. 감사원이 우선적으로 행방 확인을 요청한 23명은 보호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 등 ‘고위험’으로 분류된 사례인 만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나머지 미등록 아이들도 전수 조사해 안전을 확인해야 한다. 이번 영유아 살해 및 유기 사건은 출생신고가 되지 않으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집에서 학대나 유기를 당해도 밖에서는 알기가 매우 어렵다. 매년 미등록 아동학대 사건이 100건 가까이 발생하는 이유다. 올 3월에는 생후 100일도 안 된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친모가 구속됐고, 2021년에는 친모가 여덟 살 여아를 살해하는 사건도 있었다. ‘유령 아동’들은 범죄를 당하고서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실상인 셈이다. 가뜩이나 저출산 문제(합계 출산율 0.78명 │ 2006년부터 2021년까지 16년 동안 무려 280조 원이나 쏟아부음)로 신음하는 나라에서 이미 태어난 아이들조차 ‘유령 아동’처럼 살게 하는 것은 정부가 과연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을 품기에 충분케 한다. 이번 영아 살해 사건은 ‘출생통보제’ 도입이 늦어지는 등의 국가 제도 미비가 부른 비극으로 국가가 버린 생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의료기관은 정부에 출생 사실을 통보할 의무가 없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 제1항에서 “출생의 신고는 출생 후 1개월 이내에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46조 제1항에서 “혼인 중 출생자의 출생의 신고는 부 또는 모가 하여야 한다.” 제2항에서 “혼인 외 출생자의 신고는 모가 하여야 한다.” 같은 법 제122조에서 기간 내에 신고하지 아니한 때에는 5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뿐이다. 형사처벌도 물론 없다. 
정부는 2022년 3월 ‘의료 기관 출생 통보제’를 도입하는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고 있다. ‘출생 통보제’는 의료 기관이 지방자치단체에 영·유아의 출생 사실을 의무적으로 통보하고,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이 확인되면 지방자치단체장이 직권으로 가족관계등록부에 기록하는 제도다. 국민권익위원회도 지난 2~3월 이 제도에 관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7.4%가 찬성했다고 밝히ᅟᅡᆫ바 있어 명분은 충분히 확보된 셈이다. 우리나라가 1991년에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제7조에서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돼야 하며, 출생 시부터 성명권과 국적취득권을 가지며 가능한 한 자신의 부모를 알 권리와 부모에 의해 양육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해외 선진국들도 이미 출생통보제를 시행하고 있는데도 우리나라는 의료계와의 협의 난항 등으로 아직도 관련 법안이 국회 계류 중이다. 산부인과 의사 단체들은 “정부가 출생신고에 드는 비용과 인력을 의료기관에 떠밀고 있다.”라는 주장인데다 임신부가 병원 밖에서 위험한 출산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따라서 신원 노출 없이 출산할 수 있는 ‘보호 출산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병원들은 신생아 출산 직후 의무적으로 접종해야만 하는 결핵예방접종(BCG) 기록은 질병관리청에 빠짐없이 신고한다. 접종 기록을 제출하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 보듯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 통과 전이라도 보건복지부에서 적극 행정의 일환으로 BCG 예방접종 기록과 분만 자료 등 정부와 의료기관과 지자체에 흩어져 있는 자료들을 모으고 분석하면 ‘유령 아동’을 찾아낼 수 있다. 출생신고를 통한 가족관계 등록은 인권 보호의 출발점이자 인간의 천부적 권리 담보가 아닐 수 없다. 단 한명이라도 추가적 희생이 발생하기 전에 아이들이 태어나 이곳저곳에 남긴 흔적과 기록들을 모으고 분석해 ‘등록될 권리’를 찾아주는 것은 당연한 국가의 책무가 아닐까 생각한다. 성인과 자르게 예방접종·보육·취학 여부를 관리하는 영유아·아동·청소년은 비교적 쉽게 위기 신호를 포착할 수 있다. 예방접종을 실시하지 않고, 입학하지 않고, 무단결석을 하는 아동은 그 자체로 도움을 호소하는 신호임이 분명하다. 이들을 모두 만나서 확인하고 돌보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라는 결연한 의지와 단호한 각오로, 정부는 행정역량을 총 집주(集注)해야 한다. 차제에 혼외자 출생신고를 생모만 가능케 한 「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제2항도 개정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지난 3월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후 2025년까지 법 개정을 주문했지만, 그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촘촘한 공적 보호 시스템이 조기 안착되길 바란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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