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은 만들어져…·인물·비전 등 경쟁력 보여줘야"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가 속속 등장하면서 향후 정치판 역학 구도 변화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거대 양당 체제의 대립 정치로 인해 중도·부동층이 증가한 만큼 새로운 새력이 등장할 기반은 마련됐다는 의견이다. 다만 제3지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인물 확보를 비롯해 비전, 정책 등 역량이 관건이 될 것이란 조언이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지난 26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창당 발기인 대회에서 '한국의희망'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했다. 양 의원은 "진영논리와 부패에 빠진 나쁜 정치, 낡은 정치, 특권 정치를 바꾸지 않으면 새로운 시대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 좋은 정치·과학 정치·생활 정치가 만들 새로운 시대로 건너가야 한다"고 밝혔다.
정의당도 같은 날 노동·녹색 등 제3지대 세력과 통합·연대를 통한 '혁신 재창당'을 선언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의당이 추구하는 사회 비전에 동의하면서 기득권 양대 체제를 뛰어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진 분들이나 세력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금태섭 전 의원도 9월 창당을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거대 양당의 극단 정치에 지친 중도·부동층이 늘어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제3지대가 태동할 환경은 조성됐다는 평가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양당이 지난 대선부터 최근까지 극한 대립 중인 데다, 윤석열 정부 수립 이후에도 협치는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민생이 많이 희생당하면서 국민적 불만이 고조되고 있고, 중도층과 부동층은 증가하고 있다"며 "이제 새로운 정당, 특히 중도 신당이 나올만한 토양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거대 양당 체제가 공고한 현시점에서 제3지대가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이 많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제3지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신당이 가지고 있는 역량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제3지대가 거대 양당 체제에 반발, 새로운 대안 세력을 표방하는 만큼 기존 정치와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총선에서 필패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 평론가는 "중도·부동층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서 답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결국 신당을 만든 인물들을 포함해 함께 하는 사람들 혹은 세력들의 역량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경쟁력 있는 대선주자급 인물이 함께한다든지, 그러한 인적 자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도 중요할 것"이라며 "비전과 정책도 또 다른 역량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너무 준비 없이 뛰어들면 실패하는 거 아니겠나. 그리고 사분오열해도 안 될 것"이라며 "역량을 결집시키는 과정에서 신당 세력 간 연대 등도 굉장히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양당 내 공청에서 탈락한 인물들을 끌어모으는 등) 이른바 '이삭줍기'만 해서 당을 하나 만들어 보겠다는 식으로 가는 것은 결국 '철새 정치'"라며 "이 경우 국민이 제3지대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할 리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