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원팀 코리아’ 정신만… 사회적 합의 멀어져
상태바
[기획] ‘원팀 코리아’ 정신만… 사회적 합의 멀어져
  • 신승엽 기자
  • 승인 2023.06.28 1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노동개혁으로 노조와 대립 구도 지속
강제성 가진 제도에 대‧중소기업 갈등 여전
경찰이 지난 9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전국건설노동조합에서 집시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들고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이 지난 9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전국건설노동조합에서 집시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들고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정부의 '원팀 코리아' 강조에도 불구하고, 사회 전반에 걸친 협력체제 구축은 꾸준히 약화되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사회 곳곳에서 발생한 갈등은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갈등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분쟁과 노동 관련 문제가 포함된다. 특히 노동시장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면서 정부와의 갈등도 심화될 전망이다.

정부가 '원팀 코리아' 구상을 내세우지만, 비판론자들은 진정한 통합을 이루기에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보다 분열의 키워드로 기능한다는 주장이다.

원팀 코리아 키워드의 핵심은 개혁이다. 특히 노동계를 향한 개혁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노조 회계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불법 파업에 강경 대응하고 있다. 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경제 시스템의 위기를 겪은 이후부터 강경 대응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와 달리 노조에 강경 대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조에 대한 강압적 처우로 규정하는 반면, 노조 자체가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신뢰 상실은 특정 조합원들 사이의 간첩 활동이 적발돼, 북한의 지령을 수행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노조 전체의 의도는 아니지만, 간부들이 연루된 만큼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

앞선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도 노조의 청렴도 인식은 부정적이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21년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조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6.4%, ‘노조가 청렴하지 않다’는 응답도 59.4%로 집계됐다. 대기업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9.7%, 대기업이 청렵하지 않다는 응답이 56.7%였다. 대기업보다 노조에 대한 불신이 더 높았다는 뜻이다. 

정부와 노조의 대립뿐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신경전도 지속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경제구조상 수‧위탁 거래를 체결하는 사례가 많다. 대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제품 및 부품을 중소기업이 생산해 납품하는 구조다. 동일 기능의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요구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의 납품 의존도는 높다. 2020년 기준 중소제조업의 수위탁거래 현황을 살펴보면, 타 기업에 위탁을 주기만 하는 위탁기업 비중은 3.5%인 반면, 타 기업의 주문을 받아 제품을 생산‧납품하는 수급기업 비율은 35.9%로 나타났다. 수급기업의 위탁기업에 대한 납품총액은 2020년 기준 193조원에 달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요구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수익성 보호를 위해 ‘납품대금연동제’를 도입했다. 납품대금연동제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때 가격 상승분을 자동으로 납품대금에 반영하는 제도다. 을의 입장에서 거래관계인 갑의 횡포에 대항할 수 있는 법적 안전장치다. 

제도 도입 당시 대‧중견기업은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무역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며, 제도 도입을 반대했다. 원자재 가격이 하락할 때 중소기업의 수익성이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대‧중견기업은 민간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이 주장은 설득력을 상실한 바 있다. 지난 2008년 납품대금연동제의 입법이 추진됐지만, 시장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에 따라 자율조정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중소기업 3828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납품대금 조정 신청을 한 적이 있는 기업은 4%에 불과했다. 

을의 입장에서 갑에게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상분을 추가 요청할 경우 불이익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거래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갑의 요구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생태계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거래처가 많을 경우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겠지만, 거래처가 적은 중소기업은 더욱 위축된다는 의미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를 필두로 제도의 도입을 장려하고 있지만, 대기업군은 강제성 여부에 부정적인 시선을 던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을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기업의 목적에 대해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강제성을 지닌 제도가 도입돼 대기업 입장에서는 중소기업과의 거래에 소극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정부가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개입하고 있다”며 “결과론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정부를 향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생활가전, 건자재, 폐기물,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좌우명 : 합리적인 사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