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만원시대 도래시, 고용 위축·무인화 가속화
정부 물가 안정 정책, 향후 인플레이션 초래 우려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예상을 웃돈 최저임금‧원자재 가격 상승 우려에 유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을 위한 논의가 막바지에 접어든 상황 속 노동계와 경영계간 이견이 첩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현재 노사의 최저임금 요구안 간극은 2300원이다. 지난 6일 진행된 제11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1만2000원(24.7%↑), 9700원(0.8%↑)을 제시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11일과 13일 각각 제12차, 제13차 전원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시 산업 전반에 고용 한파가 몰아치는 등 악영향이 가중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의뢰해 최남석 전북대 교수가 전망한 ‘최저임금 상승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현재 9620원에서 3.95% 오른 1만원이 될 시, 일자리는 0.8~2.0% 축소될 것으로 관측됐다. 일자리 수로 환산하면 최소 2만8000개에서 최대 6만9000개가 감소하고, 특히 취약계층 일자리가 치명적인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원가 구성에 한축을 담당하는 가스, 전기 등 각종 유틸리티비, 물류비 등 제반 경비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최저시급까지 오르면 인력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며 “온라인 업체 보다는 편의점,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기업, 대기업보다도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가 받는 타격이 더욱 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도 유통업계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 기준 지난달 원당 가격은 톤당 542.77달러(한화 약 70만7000원)로 전년 대비 30.96%나 치솟았다. 설탕의 원료인 원당은 가공식품의 필수 원재료 중 하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 6월 소비자물가동향’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12(2020년 기준 100)로 전년 동기 대비 2.7% 상승했다. 이는 2021년 9월(2.4%) 이후 최저 증가폭이다. 다만,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9% 치솟았다. 전월(23.2%)과 비교해도 상승폭이 커졌다. 전기료와 도시가스가 각각 28%, 29% 늘었다.
유통업계가 대내외적 변수를 직면하면서 제품 인상 카드를 꺼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가격 인상은 영업이익 감소분을 보전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다. 다만, 정부의 물가 인하 압박이 업계에 확산되면서 제품 가격 인상을 쉽사리 강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표면적으로는 고물가 분담에 동참했지만, 실상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백기 투항한 모양새다.
국내 주요 주류기업들은 인상된 주류세 등으로 가격 인상 압박을 받고 있지만,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 가격 동결을 선언했다. 앞서 기재부는 주류 인상 요인을 면밀히 파악하고, 국세청은 주류업체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연 바 있다. 반면, 수입맥주의 경우 원부자재값 상승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단행해 이를 두고 ‘역차별’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심리적 마지노선이 깨지게 되면, 기업 입장에서도 인력은 줄이고 무인화, 자동화 쪽으로 경영 전략을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또한, 원부자재 상승으로 제품 가격도 인상할 수밖에 없는 시점에서 인위적인 물가 관리 정책이 지속된다면 향후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