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총체적 부실로 점철된 건축 공사, 재발 방지는 요원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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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총체적 부실로 점철된 건축 공사, 재발 방지는 요원한가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승인 2023.07.1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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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매일일보  |  지난 4월 29일 밤 11시 30분경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안단테 아파트 건설 현장 지하주차장 붕괴는 설계 단계부터 감리·시공까지 모든 단계에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진 게 없었던 총체적 부실이 초래한 전형적인 후진국형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렇게 허술하게 짓다가 무너진 곳에서 인명 피해가 없었던 것은 천운이 아닐 수 없다. 붕괴한 지하주차장 상부는 어린이 놀이터가 조성되고 있었는데 만약 입주 후에 무너졌다면 끔찍한 참사로 이어질 뻔해 천인공노(天人共怒)할 일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7월 5일 발표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와 관련한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와 ‘특별점검단’의 현장점검 결과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 발주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이며, 시공은 GS건설이 맡았고, 설계는 (YS)엔지니어링건축사무소 공동수급체가, 감리는 (MY)종합건축사사무소 공동수급체가 맡았다고 한다. 조사 결과 공사는 첫 단계인 설계부터 잘못됐다.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보 없이 기둥이 직접 슬래브를 지지하는 무량판 구조로 설계됐다. 이에 따라 지하주차장에 세워지는 기둥 32개 전체에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보강하는 철근(전단보강근)을 넣어야 한다는 구조 계산 결과를 설계도에 옮기면서 전체 32개 중 15개를 보강철근이 필요 없는 기둥으로 잘못 표기해 보강철근은 15곳이나 빠졌고 17개 기둥에만 적용됐다. 감리는 설계 도면을 확인·승인하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설계 단계에서 이미 필요한 보강철근이 일부 누락된 것도 모자라 시공 단계에서 보강철근은 설계대로도 시공하지 않고 추가로 또 빠졌다.
‘건설사고조사위원회’가 기둥 32개 중 붕괴로 인해 확인할 수 없는 24개 기둥을 제외한 8개 기둥을 조사한 결과, 4개의 기둥에서 설계서에서 넣으라고 한 보강철근이 누락된 사실이 확인됐다. 다만 의도적으로 철근을 누락했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사고조사위는 판단했지만, 지하주차장 기둥 32개 전부에 철근 보강이 있어야 하는데, 최소 19개(60%) 기둥에 보강철근이 빠진 것이다. 보 없이 기둥을 강화해 하중을 견디는 무량판 구조물에서 상상할 수 없는 도면이 만들어진 것인데, 124억 원에 감리를 맡은 업체는 이를 걸러내지 못한 채 설계도를 승인했다. 설계 과정에서 절반 가까운 기둥의 철근이 누락된 데 더해 시공 과정에선 그나마 철근을 넣도록 도면에 표기된 기둥마저 다시 절반 가까이 철근이 빠진 채 세워졌다. 콘크리트 강도는 설계 기준 강도의 85% 이상이어야 함에도 시험을 한 결과, 설계 기준 강도 24MPa(메가파스칼)보다 30% 낮은 16.9MPa로 나타났으며 주차장 상층부의 조경공사용 토사도 설계대로라면 1.1m가 쌓여야 했던 흙 높이는 실제 시공 과정에서 2.1m가 돼 설계보다 무려 2배나 높게 쌓아 기둥에 더 무리한 하중이 가해지게 한 것이다. 앞서 지난해 1월 외벽 붕괴 사고를 낸 뒤 역시 전면 재시공 결정이 내려진 광주 화정지구 아파트에 이어 부실 시공 사고가 연이어 발생해 주택 수요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특히 광주 화정지구 아파트 붕괴 사고 직후 전국적으로 건설현장 특별안전점검이 진행되는 시점에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한창 짓고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를 망연자실(惶恐自失)케 한다. 부실 공사의 처참한 최후를 빤히 보면서도 그에 따른 안전점검을 받으면서도 지은 아파트마저도 이렇듯 총체적 부실 덩어리였다는 도저히 믿기지 않은 불편한 진실은 우리 생명을 위협하는 흉기와도 같은 건물이 지금도 어디선가 지어지고 있으리란 우려가 결단코 무리가 아니다. 지난해 매출액 12조 2,992억 원, 영업이익 5,548억 원, 당기순이익 4,412억 원을 기록하는 등 입지가 굳건한 국내 5대 건설사 중 하나인 GS건설이 짓는 아파트에서도 이런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일 뿐만 아니라 건축물 수요자들은 다른 건설사라고 문제없겠냐는 의구심을 도저히 거두지 못한다. 그야말로 설계는 엉터리 그 자체였고, 감리는 있으나 마나 한 허수아비였고, 시공은 제멋대로인 엿장수 마음으로 점철되고 일관한 저개발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사고가 아닐 수 없을뿐더러 도저히 무너지지 않을 수 없게 지은 터라 입주하기 전에, 그것도 작업자가 없는 심야에 무너진 것을 오히려 다행이라 여겨야 할 판이다. 과거 성장지상주의 시대의 압축성장·돌격건설 일변도가 아닌 오늘날 통상규모 세계 7위의 경제 대국이자 ‘K컬처’로 문화강국 반열에 오른 한국의 부끄러운 현주소이자 낯 뜨거운 자화상이 아닐 수 없으며, 대충 설계와 형식적인 감리 그리고 정해진 공법을 지키지 않는 부실시공으로 인한 고질적인 안전불감증 만연은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대한민국은 선진국이다.”라고 만장일치로 결의한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개선되지 않고 아직도 이런 후진국형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어 참으로 경악스럽고 개탄스럽다. 코로나19 이후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건설 원자잿값도 급격히 치솟자 경비 절감을 위해 안전까지 포기하는 ‘도덕적 해이’를 보인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더욱 우려스럽다. 주요 건설 회사의 철근 구매 비용은 2020년 이후 3년 동안 53%까지 급등한 상황이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폭등 그리고 일각에서 보인 ‘건폭 세력’의 금품 요구로 늘어난 건설 비용 등을 상쇄하기 위해 다른 공사 현장에서도 철근 누락 등 부실 공사가 일어났을 의혹과 함께 그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이렇듯 반복되는 후진국형 인재성 부실공사 재발 방지는 요원한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7월 7일 시공사 GS건설이 이틀 전 발표한‘전면 재시공' 결정을 수용하기로 했다지만, 차제에 국토교통부는 원자재 가격 급등 이후 지어진 건물들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벌여 안전성 여부를 꼼꼼히 점검하고 촘촘히 챙겨봐야 한다. 또한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무자격 하도급도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설계와 감리 그리고 시공 과정에서 부실의 고리를 원천 차단하고 안전·품질 강화에 기업 진운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부실시공의 경우 시공사에 최대 6개월의 영업정지, 1억 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건설업 등록 말소 등 강력한 행정처분까지도 가능하다. 다시는 부실공사라는 고질병이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발본색원(拔本塞源)하여 법정 최고의 엄중한 단죄와 추상같이 준엄한 대가를 치르는 혹독한 선례를 만들어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보호해야만 한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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