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경기침체에 ‘영끌’ 차주 대출부담↑
매일일보 = 이채원 기자 | 시중은행의 대출 연체율이 32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는 등 시중은행의 부실여신에 빨간불이 켜졌다. 은행들은 일제히 비상대응체계를 구축하며 리스크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 국내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올해 4월말 기준 0.37%로 지난해 4월말 0.23% 대비 0.14% 포인트 상승했다. 2020년 8월(0.38%) 이후 3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 4월 중 새로 발생한 연체액은 1조7000억원으로 3월 보다 1000억원 늘어나며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은행 연체율은 가계대출 전반에서 오름세를 보였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올 4월말 0.46%로 지난해 4월말 0.29% 대비 0.17% 포인트 올랐으며 같은 기간 가계대출 연체율은 0.34%로 전년 동월대비 0.16%포인트 상승했다. 은행 대출을 끌어 모아 부동산·주식 투자에 나섰던 개인 투자자들이 고금리, 경기침체에 대출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연체율이 상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코로나19 기간 중 기준금리 하락과 정책 지원 등으로 장기 추세 대비 하락했던 연체율이 글로벌 통화 정책 등의 정상화 과정에서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는 측면이 있다”며 “은행 연체율은 최근 경제 상황 등을 반영해 당분간 현재 추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건전성 우려에 은행권 CEO들은 일제히 비상대응체계를 구축하고 리스크관리를 강조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 7일 창업기념일을 기념해 열린 신한컬쳐위크에서 “성장에 매몰되지 말고 내실을 다지자”고 전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안전한 은행을 위해 재무적 안정성은 기본적으로 갖추고 더욱 강화된 내부통제시스템과 함께 우리 스스로의 엄격한 행동규범을 세워 철저히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하반기 경영전략워크숍에서 “2023년 상반기는 국내외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그룹의 건전성 관리, 자본비율 안정화 등 리스크 관리에 최우선 가치를 뒀다”며 “하반기에도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상존하지만 기업금융 명가 부활, 중장기 경쟁력 확보를 기반으로 하반기 재무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면서 여신심사 및 관리 방안도 철저히 마련해달라고 전했다, 지난 6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한 하나금융지주도 주요 키워드로 리스크관리를 포함시켰다. 하나금융은 다양한 금융·비금융 생태계를 대상으로 투자와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현장 중심의 영업력 강화를 위하여 디지털 지원 솔루션을 확대할 방침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금융시장의 불확실성 확대에 대비해 선제적, 전략적 리스크 관리로 위기 상황에 적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